세계 최대의 온라인 서비스 AOL이 ‘새 피’ 수혈을 계기로 사업구조 개편에 나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USA투데이(http://www.usatoday.com)에 따르면 AOL은 최근 조너선 밀러를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고 사업중심을 광대역 인터넷으로 옮기는 한편 온라인 배너광고 의존도를 낮춰나가기로 했다.
AOL은 지난 몇년간 인터넷 시장이 성숙하고 거품이 빠지는 과정에서 업계 맏형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왔다.
무엇보다 잠재력 좋은 초고속 인터넷 시장공략에 실패했다. 인터넷 시장이 침체에 빠져 있고 모기업 AOL타임워너의 사업이 부진하다는 핑계에도 불구하고 명성에 걸맞지 않는 옹색한 행보를 거듭한 게 사실이다.
가입자들이 MSN 등 경쟁업체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지도 못했고 최근 들어서는 미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회계관행에 대한 조사를 받는 등 말그대로 ‘내우외환’에 시달려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회사주가는 연초보다 70% 정도 하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수무책이었으나 이번 밀러 영입을 계기로 분위기 반전에 나선 것이다.
AOL은 그동안의 사업에서 교훈을 얻었고 새 CEO 밀러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광대역 서비스에 주력, 연내 음악전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후에는 게임이나 영화 등의 서비스에도 나설 것”이라고 앞으로의 사업구상을 밝혔다.
온라인 가입자 수 둔화추세에 대해서도 밀러와 측근들은 담담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AOL의 가입자가 늘지 않고 있는데 대해 너무 민감하다는 주장이다. 모기업 AOL타임워너의 돈 로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회사가 어느 정도 규모에 다다르면 양이 회사성장의 측정도구가 되어서는 안된다”면서 가입자당 수익에 보다 신경을 써줄 것을 요청했다.
밀러는 또 광고전략에도 변화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AOL은 온라인 배너광고보다 음악회 등 행사후원과 회사이미지 홍보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업계에서는 밀러의 선임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AOL타임워너에서 타임워너 출신들이 득세하면서 스티브 케이스 회장 등 AOL 출신들의 분노를 수습하기 위한 선심용이라는 분석에서부터 AOL측과 타임워너간 조정자 역할을 위한 것, 또 AOL을 파트너가 아닌 일개 사업부문으로 격하시키겠다는 타임워너 측 음모라는 것 등이다.
밀러는 그동안 니켈로데온인터내셔널·USA인터랙티브 등을 거치면서 비교적 굴곡없는 역정을 걸어왔다. 그러나 AOL은 그가 몸담았던 어떤 회사보다 격랑에 빠져 있다. 밀러와 밀러를 맞이한 AOL의 길이 순탄할지, 혹은 그 반대일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