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우 아름커뮤니케이션즈 사장 dream@arumcom.com
지난 7월 9일 한국음반산업협회가 ‘소리바다’ 서비스에 대해 제기한 음반복제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지 20여일 만인 7월 31일부로 소리바다 서비스가 ‘잠정’ 중단됐다. 그러나 P2P와 디지털 저작물의 복제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번 사건이 표면적으로는 음반업계와 일반 네티즌의 대립구도로 비춰졌지만 그보다는 P2P라는 거센 시대적 요구를 언제까지 거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란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P2P 방식은 90년대 윈도가 출시된 이후에 시스템 내부적으로 이미 사용되고 있던 방법임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터미널·메인프레임, 클라이언트 서버 방식과 더불어 시스템 사이의 통신 방식으로 Peer to Peer 방식이 사용됐으며, 90년대 후반 이후 개인간 서비스라는 개념이 중심이 된 Person to Person 형태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최근 휴대폰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통신수단이 메신저라는 발표에서도 보여지듯이 알게 모르게 소비자들 사이에 퍼져 있는 P2P는 이미 생활의 일부로 인터넷 이용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들을 점령해 나가고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P2P가 왜 오늘날 인터넷 기술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기술로 추앙되고 있는가. 현재 P2P 기술은 대부분 자료공유에 활용되고 있다. 이는 과거 중앙 서버 방식이 이미 한계에 다다랐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개인의 PC사양이 고급화되고 최소 20기가가 넘는 하드디스크 용량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한 채 전문가 수준으로 고급화·대량화되는 콘텐츠들을 감당하기에는 돌파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현재까지는 P2P만이 그 해결책으로 간주되고 있다.
자료공유 이외에도 이미 오래 전부터 여러 경우에 P2P 기술이 적용돼왔다. 우선 PC의 자원을 묶어 병렬 처리에 이용하고 있다. 한때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던 버클리대학의 외계생명체 조사 서비스(SETI@home)가 대표적인 예다. 둘째로 원격지의 PC에 접근해서 PC자원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에 이용된다. 또 최근에는 전자상거래에 이용되는 플랫폼에도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업계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앞으로 P2P 시장이 소리바다 이후 어떻게 변모할 것이며 또 어떻게 진화해 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국내외에서 P2P를 이용한 자료교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이트로는 구루구루(guruguru.com), 당나귀(edonkey2000.com), 피시피시(fishpc.co.kr), 그누텔라(gnutella.com) 등이 있다. 이들이 제시하는 수익모델은 현재로서는 이용자에 대한 이용료 징수 이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이 때문에 향후 국내 P2P업계는 ‘웹 P2P’의 형태로 진화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런 전망을 해본다. 국내 인터넷 시장은 이미 몇 개 메이저 포털사에 의해 힘의 균형이 이루어진 상태다. P2P도 결국 포털의 영역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수익 모델을 원하는 포털 입장에서 보면 P2P 서비스는 저렴한 시스템 투자비용으로 다양한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고 포털 이용자들끼리의 의사소통을 촉진해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면에서 매력적인 부분임에 틀림없다. 마찬가지로 P2P업체의 경우에도 많은 회원이 전제가 됐을 때 적절한 수익 모델이 나온다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이용자들끼리 활발한 소통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이용 회원 수가 필요하며, 이러한 면이 충족되지 않았을 경우 수익 창출이 쉽지 않다. 따라서 충분한 시장이 형성되지 않으면 적절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우며, 많은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포털과의 제휴는 큰 매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향후 웹이라는 매체는 단방향이 아닌 이용자들과 서비스하는 상호적(interactive)인 부분이 커질 것이라는 사실도 이 주장의 근거를 뒷받침해준다.
이번 일을 계기로 P2P라는 문명의 이기임에 틀림없어 보이는 기술을 디지털적 문화현상이 아닌 인터넷이 가진 서비스의 속성이고 이를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를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