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A씨는 정부 홈페이지에 등록돼 있는 정부출연 및 투자기관 리스트를 이용해 기관장들에게 우편물을 발송하려다 하마터면 큰 실수를 저지를 뻔했다. 마땅히 정부 산하기관의 주소록을 구할 데가 없었던 A씨는 산자부 산하단체 총괄 담당자에게 주소를 문의한 결과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리스트를 활용하면 될 것 아니냐는 퉁명스런 대답을 들었고 정보화시대에 정부 홈페이지를 생각해 내지 못한 자신을 부끄러워했다고 한다.
별다른 의심없이 산자부 홈페이지에 등록된 정보대로 주소와 기관장 이름을 써나가던 중 A씨는 그러나 한국전력공사의 사장이 아직도 ‘최수병 사장’으로 등록돼 있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다른 기관장들의 이름도 조금 이상해 정보사회의 이기인 인터넷을 통해 검색·비교해 본 결과 산자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33개 기관 가운데 3분의 1인 11개 기관장의 이름이 전임 기관장 명으로 돼 있었다는 것.
실제로 산자부 홈페이지에는 ‘한국전력공사 사장 최수병’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김영철’ ‘한전KDN 사장 정연동’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장현준’으로 돼 있다. 현재 한전은 강동석 사장, 지역난방공사는 정동윤 사장, 한전KDN은 이계순 사장, 에너지연은 이상곤 원장이 수장을 맡고 있다.
심지어는 이미 지난해 주덕영 원장으로 바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도 전임 이종구 원장이 그대로 게재돼 있는 등 업그레이드되지 않은 상태 그대로 실려 있다.
사이버시대·정보화시대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그 기관의 얼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 기관의 정보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의존한다. A씨가 산하기관 주소를 처음부터 정부 홈페이지에서 찾지 않고 정부 담당자에게 전화했던 것을 부끄러워한 것도 자신이 정보사회의 일원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사실 정부 홈페이지는 사안에 따라서는 매우 빨리 업그레이드된다. 그리고 하는 일이 중요한 만큼 일반 기업 홈페이지에 비해서는 정확도가 높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단체장 이름이 잘못 게재된 ‘옥에 티’는 기업의 정보화를 유도하고 정보화 정책을 만들어내는 정부에 대한 믿음을 깎아 내리는 ‘결코 사소하지 않은’ 사안이 아닐까.
<디지털경제부·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