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럼>게임시장과 가격

◆김건일 트라이글로우픽처스 사장 mkim@pristontale.com>

 게임이 중요한 엔터테인먼트산업으로 부각되면서 많은 업체들이 게임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게임시장의 성수기인 여름방학을 맞아 업체들은 다양한 플랫폼별로 게임을 대거 출시해 유저확보를 위한 ‘총성없는 전쟁’을 치르다시피 하고 있다. 

 그런데 게임은 영화와 달리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가격을 보이는 특징을 갖고 있다. PC게임의 경우 이전에 2만∼3만원대에 이르던 것이 최근에는 5만원까지 훌쩍 뛰어넘고 있는 실정이다.

 엔터테인먼트산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영화의 경우 아무리 많은 제작비를 들였거나 로열티를 지불했다 하더라도 극장에서 상영할 때는 동일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게임시장은 그렇지 않은 셈이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에서 가격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만나서 결정된다고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게임시장을 돌아보자.

 먼저 수요측면을 보면 최근 몇 년사이 게임에 대한 수요는 가히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인터넷과 PC방의 급성장이 큰 몫을 차지했다. 게임수요의 폭발적인 증가는 올해 PC게임과 온라인게임의 최종소비자 매출규모가 5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조사기관들의 전망에서 충분히 감지할 수 있으며 이는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측면을 살펴보면 PC게임은 국산게임의 출시는 다소 주춤하고 몇몇 외국의 게임이 공급되고 있는 반면 온라인게임의 경우 과잉공급이라 할 만큼 많은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는 국내에서 온라인게임의 강세, 개발사의 영세성, 불법복제 만연 등의 이유로 PC게임 개발사들의 개발의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PC게임은 시장에서의 균형가격은 높게 형성, PC게임시장은 공급자가 가격을 결정하는 독점 또는 과점의 형태로 가격이 상승할 개연성이 커질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공급에 있어서 양적인 문제보다 중요한 것이 질적인 문제다. 아무리 많은 PC게임이 쏟아져 나온다 하더라도 한번 높은 수준의 게임을 경험해 본 유저라면 그 이하 수준의 게임을 구매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가격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은 사정이 다르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 지난 한해에만 180여편의 게임이 국내 출시되는 등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렇다면 온라인 게임은 시장에서의 수요보다 공급이 많거나 또는 적어도 수요의 증가만큼 공급이 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가격은 보합 또는 하락할 것이며 실제로 최근 상용화하는 게임들이 기존 게임들보다 저가로 공급되고 있다. 그러나 비단 이렇게만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온라인 게임시장도 양적인 면만으로 과잉공급이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게임의 질적인 면에서의 공급이 중요하다. 온라인 게임의 공급도 질적인면에서 본다면 몇몇 게임이 시장을 좌우하는 독점적 경쟁의 형태를 띠고 있다.

 다시 말해 많은 온라인 게임이 출시된다 하더라도 이는 시장가격의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기존 온라인 게임이 가격인하를 하지 않는 것은 이에 대한 방증이다. 따라서 신규로 시장에 진입하는 게임들이 안정적 시장진입을 위해 가격차별을 시도하는 것이지 과잉공급에 따른 시장에서의 가격인하로 보기는 어렵다.

 이상과 같이 게임시장은 독점적 경쟁형태를 띠면서 게임의 공급과 게임의 질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이미 온라인게임의 경우 공급과 게임의 질적인 면에서 상당히 성장돼 가격이 어느 정도 안정화해간다. 다만 PC게임의 경우 국내게임의 공급부족으로 외국게임의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진정한 게임강국은 내수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적당한 균형을 이룰 때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더불어 게임업체들은 자사의 게임이 좋은 가격에 시장에서 대접받기 위해서는 보다 질적으로 충실한 게임을 만드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