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일본-일본 PC시장 재편·통합 움직임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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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내 주요 전자기기 메이커들이 자존심과도 같이 간직해 온 ‘독자 PC 브랜드’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자사의 브랜드를 가진 컴퓨터의 생산과 판매를 고집해 온 주요 전자기기 업체들이 최근 들어 타사와의 OEM방식 관련 제휴를 맺거나 추진하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여 주목을 끈다.

 ◇변화의 움직임=히타치제작소는 최근 샤프와 상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 제공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올 가을께부터 히타치가 고기능의 데스크톱 PC와 PC서버를 샤프에 제공하고 샤프는 노트북을 히타치에 제공하게 된다. 이에 앞서 NEC 역시 미쓰비시전기, 히타치제작소와 각각 OEM방식 계약을 맺었다. 특히 히타치측은 이와 같은 상호 OEM방식 제공을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이라며 경쟁력 강화에의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경향은 그동안 일본 전자기기 업체들이 견지해 온 독자노선 정책에 변화의 기미를 보여 주는 것으로 PC시장 재편의 신호탄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OEM방식은 자사의 브랜드를 굳이 고집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독자 PC 브랜드’ 전략 변화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일본 전자기기 업체들은 그동안 독자적인 PC 브랜드를 갖는 것이 자사 전체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 고객에 대한 신뢰성 확보 등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독자 생존을 고집해 왔다. 또한 독자 PC사업부를 가짐으로써 부가 영역 등에서 영업하기가 편하다는 이점도 이같은 전략을 유지하는데 한 몫 해왔다.

 이번 OEM방식 관련 제휴 역시 기업용 PC에 한정돼 있는 등 업체들이 소비자용 부문에서는 자사 브랜드를 고집하고 있는 만큼 아직 시장 전체 재편을 말하기엔 시기상조란 반론도 나오고 있다.

 ◇시장이 줄어들고 있다=시장 재편을 대세로 보는 이유로 우선 시장 축소를 들 수 있다. 지난해 일본내 PC 출하대수가 최초로 전년대비 두자릿수 감소를 보이자 업체별로 신중하게 제휴 전략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표 참조

 그동안 일본PC시장은 지난 97년 내수 출하대수 685만대를 기록한 후 2000년 1210만대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 일본내 장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PC시장만큼은 꾸준히 전자기기 업체를 지탱해 준 셈이다. 하지만 올해 3월로 끝난 지난 회계연도에서 출하대수가 1068만대에 그치면서 시장 규모가 전년대비 88% 수준으로 축소, 시장 자체 성장에 한계를 드러냈다. 금액면에서도 2000년 2조6207억엔 규모에서 2001년에는 2조1253억엔에 그치며 전년대비 81% 수준에 머물렸다.

 분야별로는 데스크톱 PC가 2000년 출하대수 587만대에서 지난해 486만대, 노트북이 623만대에서 582만대로 각각 축소 경향을 뚜렷하게 보여줬다.

 시장 축소는 올해에도 이어져 올 회계연도 첫 분기에 해당하는 4∼5월 출하대수가 243만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세를 보였다.

 ◇외국계 업체의 가격 인하 공세=NEC, 후지쯔 등 일본 업체들은 지난 5월 중순 부품가격 상승을 이유로 PC 출하가격을 10∼20% 가량 올렸다. 당시 업체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PC 성능 향상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제자리 걸음을 지속했다고 지적하며 가격정책을 바꿀 방침을 내비치는 등 향후 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여기에 외국계 업체가 일격을 가했다. 델컴퓨터가 5월 말에 가격을 내린 것을 신호로 일본IBM, 컴팩컴퓨터가 잇따라 가격 하락에 동참했다. 결국 일본 업체인 소니가 외국계 업체의 가격하락을 따라가면서 NEC, 후지쯔도 눈물을 머금고 가격을 내려야만 했다.

 컴팩컴퓨터, 델컴퓨터, 일본IBM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7월 초 기업용 데스크톱 PC 가격도 잇따라 낮췄다. 컴캑이 ‘에보 데스크톱 D310MT/CT’를 발표하며 이전 모델보다 약 10% 가격을 내린 것을 비롯, 일본IBM이 ‘벳비스타 M42’ 등 출하를 시작한 4종을 평균 약 15%, 최고 27%, 델컴퓨터가 ‘옵티플렉스 GX260’을 최대 17.4%까지 낮췄다.

 ◇업체가 너무 많다=가격인하를 무기로 들고 나오는 외국계 PC메이커와 맞서면서 성장이 정체된 일본 시장을 나눠먹기엔 일본내 PC메이커가 너무 많다.

 전체 세계 PC시장의 약 30%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의 경우 컴팩컴퓨터를 합병한 휴렛패커드와 델컴퓨터 등 양대 세력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데 비해 미국 시장의 25% 정도에 불과한 일본 시장을 놓고 외국계 업체를 포함해 무려 10여개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경쟁이 과열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시장은 재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주요 전자기기 업체들은 향후 반도체분야에 이어 두번째로 컴퓨터분야가 재편, 통합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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