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이테크 침체의 회복이 이미 시작됐다. 미 경제분석국(Bureau of Economic Analysis)은 최근 새로 수정, 발표한 국내총생산(GDP) 자료를 통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들 자료는 지난해의 경기상황을 짧고 약한 침체로 그리는 대신 미국 경제가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뒤 지난해 9월 미 테러 공격 이후 연방정부 지출 확대 덕분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 자료들은 실리콘밸리 대기업들의 성장 엔진인 기업들의 하이테크 투자가 올 1분기와 2분기에 회복됐다는 것도 보여준다. 이 자료들에 따르면 하이테크 침체는 지난해 4분기에 최저점을 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올 2분기 정보처리장비 및 소프트웨어 지출은 5562억달러로 지난해 4분기 이래 4.6% 늘어났다. 모든 수치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해 조정됐다. 마운틴뷰에 있는 경제 조사업체 스펙트럼이코노믹스의 리처드 칼슨 회장은 “하이테크가 바닥을 친 것은 분명하다”면서 “내년 성장률이 꽤 높을 것”이라고 점쳤다. 하지만 축배를 들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경기 회복세가 미판매 상품의 재고를 보충하기 위한 단순한 생산 증가가 아닌지를 보여주려면 더 오래 지속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시카고 소재 뱅크원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실질적 경기회복에 바탕을 두지 않아 곧바로 사라지는 일시적인 경기호전일 수도 있다”면서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하이테크 투자의 가장 큰 부문인 컴퓨터 장비와 소프트웨어 역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3분기 증가하기 시작한 컴퓨터와 주변기기 투자는 올 2분기에는 사상 최대치인 2701억달러에 달했다.
◇소프트웨어 투자=2000년 투자 붐 이후 어렵게 회복세를 보여온 소프트웨어 투자는 2분기 중 처음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여 1836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년 만의 최대치였다. 팰러앨토 소재 컬래보라티브이코노믹스의 덕 헨튼 회장은 “하이테크 침체가 끝났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최악의 상황은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1분기에 연율로 -0.6%를 기록한 뒤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1.6%, -0.3%를 기록했다. 4분기에는 연방정부 지출이 14.3% 급증한 데 힘입어 다시 플러스 성장으로 돌어섰다. 수정 전 자료는 미국 경제가 지난해 3분기 중 -1.3%로 다시 급락한 것으로 집계, 거의 전적으로 테러 사태에 따른 충격 탓인 것으로 분석됐었다.
수정 전 자료는 보다 완전한 경제지표가 나오기 전의 추정치를 근거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GDP 자료는 1년 후 다시 수정될 예정인데, 별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 해의 경제자료를 근거로 성장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했었다. 지난주 발표된 자료는 정확하게 경기침체를 예측한 몇 안되는 경제예측기관 중 하나인 경제사이클연구소(ECRI:Economic Cycle Research Institute)의 예측이 옳았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실수한 이유=ECRC 애니르반 바네지 소장은 그렇게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이 침체를 놓친 이유를 과거의 경제동향을 근거로 미래를 예측한 결과로 풀이했다. 경제의 변화가 시작될 때 과거는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는 데 아무 도움이 안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틀에 박힌 경제모델들이 경기 하강이 시작될 때 성장 추정치를 과장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동시에 경제 회복이 시작될 때에는 과도한 비관론이 득세하게 된다. 이제 이 같은 상황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비관적인 예측이 난무하면서 지속적인 회복세가 간과된 채 올해 이른바 ‘더블딥(double-dip)’ 침체에 빠질 우려가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바네지 소장은 이에 대해 “침체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지난주 발표된 새 GDP 자료들은 미국 경제가 소비자들의 몸사리기와 주정부들의 지출 감소, 무역적자 확대 등으로 올 2분기에 겨우 1.1% 성장하는 데 그쳤음을 보여줬다.
부시 미 대통령은 이 자료를 이용해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되풀이했다. 그는 “금리가 낮고 물가가 안정된 것은 물론 생산성이 높아 경제에 대해 긍정적”이라면서 “제대로 된 흐름이다”고 해석했다.
스웡크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의 침체를 정확하게 보려면 테러 공격에 따른 영향을 배제해야 한다며 지난해의 침체는 미약하게 2분기 동안만 지속됐었다고 진단했다. 그녀는 보다 정확한 자료가 있었더라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성장 촉진을 위해 더 빨리 금리인하에 나서고 연방정부도 지출을 더 빨리 확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