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리더의 역량과 변혁기

◆ 김혜정 삼경정보통신 사장

 지금 우리나라 기업환경은 리더의 역량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는 변혁기에 있다.

 IMF 직후인 몇해 전 중소·벤처기업들은 서로 앞다퉈 새로운 기술개발에 도전했으며 그 결과 특히 정보기술(IT)산업의 발전은 세계에서 주목할 만큼 두드러졌다.

 당시에는 모든 직원이 24시간 낮과 밤을 모르고 라면 한끼로 야식을 함께 먹으면서 오로지 신기술 개발에 몰두하며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때 우리는 고생은 많이 했어도 희망이 있었기 때문에 너무도 행복했다. 그러한 희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더들은 순간순간 늘 불안감이 교차했다.

 그러던중 언제부터인가 열심히 뛰던 기업들이 하나둘씩 신기술 개발의 성공과 함께 신제품 탄생, 그리고 코스닥시장 진입 등의 쾌거를 이뤘다. 동시에 활기찬 기업활동과 함께 경제성장을 이룩해왔다.

 후발기업들은 늘 앞서나가는 선발기업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열심히 노력한 결과에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음을 확인하고 더욱 더 열심히 매진할 수 있었다. 또 두배, 세배 열심히 뛰면 당연히 자신의 목표에 빨리 다가설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몇몇 기업의 부정적인 사건들로 인해 행복하게 열심히 뛰던 많은 기업들은 살얼음판 위를 걸어가듯 걷기조차 힘들어하고 있지 않은가.

 기업뿐만이 아니다. 기관별 기업육성 지원정책에 힘입어 많은 기업들은 성장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었다. 그 가속화된 폐달을 밟은 최고경영자(CEO)들은 폐달을 계속 밟을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차디찬 주변의 공기를 느끼듯 하고 있다. 정부기관들도 모든 사업들에 조심 또 조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답답하기만 하다.

 돌이켜 보면 수년 전에 벤처창업의 열기로 전국이 뜨거워졌던 시기가 있었다. 대학생에서부터 구조조정에 의한 실직자에 이르기까지 서로 이끌어주고 격려한 결과 많은 기업들이 새롭게 탄생했다. 하지만 그같은 열기가 아주 먼 옛날 이야기가 아니기에 지금 더욱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많은 기업들은 그동안 빠르게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발맞춰 각고의 노력끝에 이제 성장기에 접어들어 설레이는 마음으로 성숙기를 기대해보지만 좀처럼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의 리더인 CEO들은 힘을 내어 바른길로 더욱 더 열심히 뛰어야 하겠다. 그러한 소용돌이속에 월드컵 신화가 우리 기업인들에게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월드컵의 기초상식도 없었던 필자 역시 경기를 지켜보며 감독이 곧 나요, 선수들은 곧 우리 직원들처럼 생각되는 착각을 매번 느끼면서 기업경영에 있어서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리더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어느 경제연구소가 분석한 글을 보면서 감독과 CEO의 역할에 대한 유사성을 발견할 수도 있었다.

 감독과 CEO, 목표에 있어서는 팀의 경기력 극대화를 통한 경기에서의 승리와 기업의 역량 극대화를 통한 경쟁에서의 승리라는 유사성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전략에서는 작전수립과 전략수립, 그리고 교육에서는 선수 트레이닝과 인재육성도 비슷하다. 정보 면에서도 현지조사 및 비디오 시청을 통한 분석과 정보의 수집·활용 또한 그러하다 할 수 있으며, 조직 분위기 역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고취와 강한 기업문화 형성 등이 흡사하다.

 리더의 역할이 더욱 중요시되는 이 시점에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밤낮 없이 뛰고 또 뛰던 그때처럼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그들이 지치지 않고 행복하게 힘껏 뛸 수 있도록, 그래서 경제발전을 함께 이룩할 수 있도록 주위의 격려와 박수가 꼭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