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유명 전자유통 체인점에서 프린터 잉크카트리지를 구입했다.
5년 된 프린터라 잉크가 혹시 없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4만1000원을 주고 구입한 잉크카트리지의 진공포장을 뜯고서 프린터를 보니, 종이 받침대가 없어져 프린터를 쓸 수가 없었다.
카트리지에 붙여진 투명 테이프는 그대로 두었기에 안도하면서 구입한 상점 전화번호를 인터넷에서 찾아봤다. 내가 구입한 지점 전화번호가 언뜻 안보이기에 인근 지점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난색을 표했지만 자신들이 프린터 제조사에 해당 제품을 반품하겠다는 답변이 나왔다. 일이 바빠 그날은 교환하러 못가고 이틀이 지나 친구를 대신 보내 반품을 요구했다. 그런데 해당 지점에서는 교환이 절대 불가능하니 도로 가져가라는 것이었다. 친구에게 전화가 왔길래 일단 담당자를 바꿔 달라고 말했다. 담당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으나 안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다른 지점에선 교환을 해주겠다고 말했다고 해도 거절당했다. 그래서 어쩔 수없이 그러면 프린터 총판에 전화를 한번 걸어 반품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담당직원은 반품이 안되는데 전화는 왜 하냐며 거절했다. 담당자에게 수 차례 확인을 요청했지만 결국 전화하기를 거부했다. 쓰지도 못하는 잉크카트리지가 하나 생긴 셈이다.
물론 프린터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포장을 뜯은 내게 일차적 책임이 있다. 하지만 프린터 공급사 총판에 전화 한 통 거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요즘은 프린터 하나에 싼 것은 8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잉크카트리지 값으로 프린터회사들이 먹고 산다는 말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프린터값 절반이 잉크값이니 그럴만도 하다.
그럼에도 단순 소모품으로 분류해 포장 한 번 뜯으면 반품도 안된다면 형평에 어긋난다. 만약 프린터를 구입하고 교체해 달라 했다면 어쨌든 성의는 보였을 것이다. 프린터 하나 값에 맞먹는 카트리지 두 개를 샀더라도 내 경우엔 오히려 ‘안되는 것을 요구한다’며 판매원에게 꾸중만 더 들었을지 모른다.
잉크가 마를 우려가 있어 규정상 실제로 반품이 안된다고 해도 총판에 확인전화 한 통 넣은 후에 안됐지만 반품이 안된다는 말을 했다면 그저 조금 낙심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통화 자체를 거부한 처사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합리적 과정이지 단순한 돈 몇 만원의 물리적 이득이 아니다.
유통 전문점은 ‘유통’이 단순 제품 배급이 아니라는 사실을, ‘고객’과 ‘제품’을 연결하는 것이 그들 사업의 키워드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박은구 서울 송파구 잠실2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