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산업이 계속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회계부정사건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이 얼어붙었다. 우리 벤처기업은 도덕성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받고 있으며, IT 내수경기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하반기 IT투자계획이 저조한 것을 감안하면 IT사업이 이 난국을 쉽게 헤어나기는 힘들 듯하다. IT투자계획이 저조한 것은 업체들이 경기가 호전되리라고 판단하지 않기 때문이지만 이와 함께 과거 IT투자에 대한 기대 대비 효과가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IT에 대한 투자효과가 기대에 못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 중 하나는 협업문화의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생물체가 외부에서 오는 모든 자극과 정보에 대해 조건반사식 대처만 해서는 결코 고등생물로 발전할 수 없다. 또한 생물체의 뇌가 신경망을 통해 입력받은 자극에 대해 아무리 적절한 조처를 취하고, 정보를 집적해 향후에 대비한다고 해도 이러한 대응만으로는 인간과 같은 문명화된 생물이 나타날 수 없다.
인간이 문명을 가지게 된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체계화하고 이를 주위에 전달할 수 있게 됨으로서 다른 일반 생물들과 다른 길을 걷게 됐던 것이고, 그 결과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산업정보화라는 것도 이와 비슷하게 발전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개별업체의 정보화 수준이 높더라도 주위와 함께 정보와 체계화된 지식을 교환하고 네트워크화하지 않을 때에는 한마리의 재빠르고 머리 좋은 원숭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한 국가와 산업의 경쟁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내부 정보화와 함께 관련업체, 기관들과의 정보 네트워크가 신경망처럼 연결되어 빠르고 안전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이러한 네트워크의 물리적 연동은 인터넷이 가능하게 해주었지만 아직까지 정보의 네트워크화를 위한 기업간의 협업은 그리 쉽게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
IT협업의 기본은 기업들의 투명한 거래관행에서 시작해 상대의 이익을 인정하고 양보해 만들어진 기업간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즉, 성공적인 협업을 이루기 위해 기득권을 포기하며 서로간의 벽을 허물고 길을 놓기 위한 창조적인 파괴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신동오 KTNET 사장 doshin@kt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