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CRC 늘리는 것만 상책인가

 “전자상거래지원센터(ECRC) 수가 늘어나기만 하면 전자상거래 활성화가 이뤄지는 건지 묻고 싶습니다.”

 “ECRC는 전시행정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산업자원부가 지정하는 ECRC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지난 97년 3개 기관으로 시작된 ECRC는 현재 전국 43개로 늘어났다. 얼핏보면 지역간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전자상거래 및 e비즈니스 확산을 위한 ECRC가 전국 곳곳에 실핏줄처럼 퍼져 있는 형국이다. 전자상거래 확산을 풀뿌리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올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놨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지역 ECRC가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기여하는 정도는 얼마나 될까하는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최근엔 산자부(한국전자거래진흥원)가 ECRC의 모범사례를 발굴해 다른 ECRC뿐 아니라 기타 유사 정보화사업에 벤치마킹의 기회를 제공하는 노력도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직을 운영해 나갈 인원과 예산 조차도 확보하지 못한 ECRC도 적지 않다.

 예산 증가에 비해 ECRC 수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ECRC사업이 한국전자거래협회에서 전자거래진흥원으로 이관되던 당시 10개 불과했던 ECRC가 47개로 늘어났다. 지난해 4개 기관이 자진 반납해 43개 기관이 운영되고 있긴 하지만 전문가들은 “좁은 나라에 이렇게 많은 기관이 필요하느냐”며 반문한다. 다행히도 산자부는 수행능력이 떨어지는 곳은 과감하게 퇴출한다며 10% 가량을 감축하겠다는 공문을 전자거래진흥원에 전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감축안이 나온 건 이번 뿐이 아니다. 지난해 ECRC 사업평가에 참여한 한 기업인은 “철저한 평가를 통해 예산을 차등 배분하거나 퇴출시킬 것이라고 했지만 결과는 예산 차등지급 정도에 그쳤다”고 말했다.

 ECRC사업은 1기 사업을 마치고 곧 2기 1차연도 사업에 들어간다. 지난 7월말에는 지난 1년간 각 ECRC들이 진행해온 사업을 평가하는 자리가 있었다. 올해에도 평가 성적에 따라 예산을 차등 분배하고 낙제점을 받은 곳은 지정을 박탈할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이 매년 되풀이되는 엄포(?)로만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