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바이오 대한민국`

 ◆이진우 울메디쿠스 바이오사업본부 이사 jerrylee@allmedicus.com

반도체 경기가 한창 호황이던 90년대 중반, 반도체 3사는 비메모리사업 비중을 확대한다고 경쟁적으로 발표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부가가치가 높은 비메모리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좋지만 우리나라가 경쟁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메모리사업을 소흘히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제기된 적이 있었다.

 바이오산업 분야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바이오칩이 포스트게놈 시대에 다양한 응용분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학교와 기업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 분야의 핵심기술은 미국·유럽 등 선진국 기업이 쥐고 있으며 원천기술의 이전을 회피하고 있어 이 기술을 우리 손으로 개발하자는 것이다. 현재 17억달러인 바이오칩 시장이 2004년에는 35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시장진입을 위한 국내 기업들의 기술개발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산업부문에서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 분야도 있다. 바로 바이오센서산업이다. 바이오센서란 생화학 반응에 의한 신호를 전기 신호로 바꾸는 소자로 전자공학·화학·생물학·재료공학·효소공학 등 과학 전반에 걸친 기술을 필요로 하는 미래형 융합기술(fusion technology)이다. 특히 당뇨 인구의 증가로 인한 의료용 당뇨 진단 바이오센서는 현 시점에서 보더라도 단일 품목으로만 최소 30억달러의 세계 시장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매년 15%씩 급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시장의 1% 규모로서 연간 5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90년대까지는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다. 인구의 10% 정도가 앓고 있는 질병이 바로 당뇨로 생활수준 향상에 따른 시장의 성장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당뇨 진단용 바이오센서는 모든 바이오센서 기술의 기초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미국·유럽·대만 등 4개국만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전세계 시장의 90% 정도를 로슈·존슨앤드존슨·애보트·바이어 등 5개 회사가 차지하고 있다.

 몇개 업체가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이오칩 시장과 유사하지만 규모로만 따지고 보면 2배 가까이 크다. 바이오칩 분야를 반도체의 비메모리 분야로 비유하자면 바이오센서 분야는 메모리로 비유될 수 있다. 이름도 생소한 바이오센서 산업에서 우리나라가 국제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은 수년간의 여러 기업과 대학들의 노력의 결과다.

 90년대 후반부터 시장의 성장에 비해 공급이 앞서 5개 특정 업체로 제한되면서 시장에서 다양한 제품의 요구가 한창 벤처붐이 일던 국내 기업에 전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의 우수한 반도체 공정기술을 생산기술에 접목함으로써 독자적인 생산기술을 확보했고 이로 인해 진단분야 신규진입을 기획하는 외국의 유명기업들이 위탁제조, 제휴를 타진해오고 있을 정도다.

 최근 들어 2∼3개의 후발 업체가 본격적인 기술 개발을 하고 있는 상황으로 공정장비 제조, 생화학 시약 제조 등 관련 기반 산업 분야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큰 시장과 엄청난 성장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사회적인 인식과 지원이 바이오칩 분야에 비해 매우 부족한 상태다.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확고한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경공업은 중국, 컴퓨터 부품은 대만, 메모리·LCD는 대한민국을 연상하듯이 바이오센서 하면 대한민국을 연상하게 될 것이다.

 외국 기업들에 ‘바이오센서의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 때 생산해 줄 곳은 바로 한국’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면 대한민국은 우수한 바이오센서 생산 기술을 보유한 나라로 반도체 D램의 영광을 또 한번 재현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