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 시장이 꽃도 피기 전부터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BBC(http://www.bbc.co.uk)에 따르면 영국 최대 통신서비스 업체 BT의 핵심 광대역 서비스인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요금인하를 계기로 업체들이 잇따라 서비스 요금을 낮추고 있어 업계의 수익악화 및 서비스 부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에서는 토니 블레어 총리가 ‘브로드밴드 브리튼(Broadband Britain)’이라는 국가 전략을 수립하고 유럽 최고 e비즈니스국 설립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서면서 통신서비스 업체들도 요금을 인하하기 시작했다.
최근 BT가 지난 5월에 이어 다시 광대역 서비스 요금을 기존의 48.58유로에서 절반인 24.75유로로 내렸다. 회사 관계자는 “광대역 서비스가 영국의 미래”라고 강조하면서 “BT의 결정이 영국 인터넷 확산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내년 여름까지는 ADSL 가입자수가 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화답, 텔레웨스트나 NTL 등도 케이블 요금을 인하했고 ET글로벌 솔루션스·페어ADSL·V21 등 중소 서비스 업체들도 서비스 가격을 월 10유로 이하로 낮췄다. 특히 페어ADSL은 광대역 요금을 월 8.99유로로 떨어뜨렸고 ET글로벌은 분당 사용료를 내는 종량제를 도입했다. 그 결과, 영국에서는 ADSL·케이블 등 광대역 이용자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업체들의 이 같은 공격적인 전략이 수익성을 떨어뜨릴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리서치 업체인 오범의 애널리스트 팀 존슨은 “요금인하가 이익으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또 “소비자 유인책이므로 서비스 부실은 없을 것”이라는 업체들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이 같은 저가 서비스는 필연적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 ET글로벌은 광대역 서비스 지원인력을 최소화해 제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통신업체 관계자들도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하지만 시장이 초기인 만큼 요금 이외에 소비자를 끌어들일 방법이 없다”고 자인하고 있다.
한편 영국은 블레어 총리가 재집권 이후 광대역 인터넷의 보급 등을 통한 정보기술(IT) 입국을 강조하고 있지만 광대역 통신 사용자수가 120만 가구로 선진 20개국 중 아래쪽에 속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번 요금인하에도 불구하고 BT의 광대역 인터넷 요금은 스페인 텔레포니카(22.86유로), 벨기에 벨가콤(21.34유로), 스웨덴 텔리아(12.96유로)에 비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