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월드컴 후유증` 확산

 미국 미시시피 주 플로우드 시에서 수위를 파견하는 회사 서비스마스터원콜을 운영하는 스티브 워너 사장은 지난해 12월 미국 2위 장거리 전화업체 월드컴과 첫 서비스 제공 계약을 맺을 때만 해도 복덩이가 굴러 들어오는 것 같았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워너 사장은 월드컴에 파견할 40여명을 새로 뽑는 등 사업을 크게 확장했었다. 그러나 최근 월드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워너 사장의 서비스마스터원콜의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이 회사는 용역대금 약 20만 달러(약 2억4000만원)를 아직 못 받고 있는 상황에서 월드컴에 파견해놓고 있는 직원들을 대부분 해고해야 할 형편이다.

 미국 2위 장거리 전화업체로 자산 1000억달러(약 116조원)에 달하던 공룡 기업 월드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 채무 상환 등이 전격 동결되면서 전세계 금융기관은 물론 통신 장비 및 서비스 업계, 심지어 지역사회의 구멍가게나 다름없는 용역업체들까지 엄청난 부실채권이 쌓이는 등 미국 경제 전반에 주름살을 드리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월드컴의 부채만도 410억달러(약 47조5600억원)에 달한다. 또 그 동안 월드컴이 수십억달러의 회계장부를 조작한 사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실제 부채규모는 얼마나 더 불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은행 등 금융권이다. 월드컴과 JP모건의 집계에 따르면 보스턴세이프디파지트가 월드컴에 약 8억6700만달러를 대출해준 것을 비롯해 ABN암로(7억5300만달러), 윌밍톤트러스트(7억5000만달러), 살로먼스미스바니(7억4700만달러), 노던트러스트(6억4900만달러) 등도 각각 6억달러 이상 씩 물려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월드컴은 또 미국 1위 시내 전화업체 버리이존커뮤니케이션스에 통신망 사용료 1억2100만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등 총 50여개 업체들에 1억달러 이상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 미국 전역에 있는 1200여개 통신 서비스 업체들도 전체 매출의 약 10%를 가져다 주던 월드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각각 수십만달러에 달하는 외상 매출금 회수는 고사하고 일상적인 마케팅 활동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큰 문제는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담보가 없는) 채권은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전자 및 통신장비 등 제조업체들은 파산해도 공장 부지 및 설비를 매각해 빚을 갚을 수 있지만 통신 서비스 업체들의 자산은 제값을 받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회사 청산 절차를 밟고 있는 광통신 회사 글로벌크로싱은 장부상 가격이 220억달러를 호가했지만 홍콩의 부동산 재벌(허치슨왐포아그룹)에 매각될 때 2억5000만달러를 받는 데 그쳤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면 월드컴이 앞으로 자산매각을 통해 부채를 정리하는 작업을 벌인다고 해도 채권단이 채권을 온전히 회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미국 공룡 통신 기업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미국 경제 전반에 주름살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