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개인용 비디오 녹화기(PVR)의 보급이 활기를 띠고 있다.
USA투데이(http://www.usatoday.com)에 따르면 시청자가 원하는 TV프로그램을 녹화했다가 가능한 시간에 시청하거나 시청자가 원하는 프로그램만을 녹화하는 기능을 갖는 PVR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VR는 일반 TV수상기에 디지털 기능을 부가한 제품으로 TV프로그램을 아날로그 비디오 테이프가 아닌 하드드라이브에 디지털 방식으로 녹화할 수 있어 소비자가 자유롭게 TV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다. 또 PVR에 녹화한 프로그램을 DVD에 구워 보존할 수도 있다.
이 제품은 지난 99년 첫선을 보인 이래 올해 상반기 현재 미국에서 160만대가 팔려 미국내 가구보급률 1%를 넘어섰고 앞으로도 판매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포레스터리서치는 PVR가 올해 말 300만대를 거쳐 오는 2007년에는 4620만대가 보급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수치가 “미국내 1억600만 가구의 1%가 PVR를 구매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이미 3000만 가구와 1800만 가구에 보급된 DVD플레이어 및 위성TV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닐슨미디어리서치가 대표적인 PVR 제작업체이자 제품명인 티보의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시청습관을 조사키로 하는 등 PVR의 영향력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또 미국 제2위의 케이블TV업체 타임워너케이블이 티보나 리플레이TV와 유사한 PVR 기능을 갖춘 셋톱박스 공급에 나선다고 밝히는 등 6400만 가구가 가입한 미국내 10대 케이블 운영업체 중 8개사가 PVR 서비스를 검토중이거나 이미 서비스를 개시했다.
하지만 할리우드의 영화사들과 케이블 방송사들은 PVR의 확산을 극력 저지하고 있다. 이들은 PVR가 프로그램의 불법복제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케이블 방송사들은 일부 PVR 제품이 광고생략 기능을 갖고 있어 피해가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AOL타임워너 계열 터너브로드캐스팅(TBS)의 제이미 켈너 회장은 “PVR가 보급돼 상업광고를 없애버리면 시청자들은 더 이상 무료 프로그램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또 400달러에 달하는 고가의 기기가격 및 다른 기기와의 연결성 취약 등도 PVR 대중화의 장애물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