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에서 1등을 차지하는 국산제품의 수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니 예삿일이 아니다. 이는 그만큼 국산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중저가 제품은 개발도상국에 빼앗기고 고부가 제품은 선진국에 내주고 나면 우리의 설 자리는 어디가 될 것인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무역협회가 유엔(UN)의 국제교역통계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2000년 현재 우리나라 상품의 전세계 교역시장 경쟁력 조사결과에 따르면 세계시장에서 1위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우리 상품은 96년에 91개에서 해마다 감소하기 시작해 98년에는 85개, 그리고 2000년에는 전체 5033개 품목 중 1.6%인 81개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첨단기술력을 요구하는 전기·전자 및 기계류 분야의 경우 에어컨(37.9%), 냉장고(23.2%), 음극선관(44.3%), 보일러(23.9%) 등 몇개 품목이 1등 상품에 랭크돼 있으나 정보기술(IT) 품목은 단 한개도 1위 상품에 오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는 달리 최근 우리의 강력한 경쟁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의 경우 96년 세계 1위 품목이 487개였으나 2000년에는 731개로 해마나 늘어나 우리와는 대조를 보이고 있다. 경쟁상대는 해마다 경쟁력이 높아지는 반면 우리는 추락하고 있다면 우리의 설 자리는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지난해부터 세계 일류상품 발굴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산자부는 9월중 80개 품목을 일등상품으로 추가로 선정, 연내 300개의 일등상품을 육성하고 2005년까지 모두 500개 세계 일류상품을 발굴·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우리가 일등상품을 키워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시장이 하나로 통합된 무한경쟁시대에 최고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등상품이 아니면 지구촌시장에서 버텨낼 수 없고 일등상품의 부재는 곧 국가경제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 우리는 민관이 한마음이 돼 줄어드는 일등상품을 늘리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IT월드컵을 통해 전세계에 과시한 우리의 저력을 바탕으로 민관이 지혜를 모은다면 대부분의 중저가 제품은 개발도상국에, 고부가 제품은 선진국에 빼앗기고 있는 우리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고 본다. 우선 일등상품 육성 및 수출전략을 반도체 등 특정제품에 의존하지 말고 이를 다양화해야 한다. 물론 일등상품은 의욕만 있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음은 첨단기술 개발과 이를 통한 신상품 개발에 주력해 상품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효율적인 투자 및 재원 조달계획을 수립해 전문인력 육성과 디자인 개선, 마케팅력 강화를 이뤄야 한다. 최고가 아니면 생존이 어려운 수출시장에서 기업의 최우선 과제는 제품의 품질향상과 가격경쟁력 확보로 소비자의 눈길을 잡는 일이다.
정부가 매년 100개에 달하는 많은 일류상품을 선정해 자금지원 등 다각적인 혜택을 주다보면 당초 의도와는 달리 경쟁력이 없는 제품들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지칫하면 벤처기업 육성과정에서 보듯 정책의 실효성을 거두지 못할 수 있다. 정부는 2005년까지 500개의 일등상품을 육성한다는 목표 숫자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기술력과 시장성, 국가 이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등 상품으로 부상할 수 있는 제품에 한해 집중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