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생산자책임재활용(EPR) 대상에 신규 포함하는 문제를 놓고 환경부와 관련업계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산자부 등 산업부처도 휴대폰을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3년 유예 및 추후 재검토를 원칙으로 업계에 힘을 실어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한 쪽 구석에서 울분을 삼키며 이를 지켜보는 오디오업계의 심정은 비참하다. 시장이 극도로 위축되면서 경영정상화만 해도 머리가 터질 지경인 대부분의 오디오업체들은 뜨는 업종인 휴대폰업계와 달리 오디오의 EPR 대상 포함에 적극 대응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오디오업계는 지난 6월 여러 경로를 통해 ‘오디오는 EPR 대상에서 제외된다더라’는 뜻하지 않은 희소식을 접했다. 당시 환경부와 EPR 문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한 업계 관계자들은 ‘오디오는 폐기물 발생량이 많지 않고, 국내 오디오업계가 어려워 부담이 크며, 오디오를 재활용할 인프라가 없다’는 오디오업계의 의견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가 공식석상에서 ‘이해한다. 오디오는 이번 계획에서는 제외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 말이 업계에 전달되면서 ‘오디오시장의 어려움을 이해한 정부의 선물’이라며 오디오업계는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그러나 불과 두달 후 휴대폰을 EPR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 휴대폰업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환경부는 “EPR 시행은 원안대로 가겠다”고 밝혔고 이에 따라 한 때 제외될 듯 보였던 오디오도 대상품목에서 제외될 여지가 줄어들게 됐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때문에 오디오업계에서는 “우리가 무슨 탁구공이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번 오디오업계가 겪은 해프닝은 환경부 입장의 조변석개일 수도, 환경부 관계자와 업계 관계자들의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오디오업계는 정황상 환경부가 휴대폰업계가 예상외로 휴대폰을 제외시켜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자 오디오를 포함한 모든 논의도 원점으로 돌렸다고 판단하고 있다.
만약 오디오를 제외하는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 업계의 추측대로 정말로 ‘귀찮은 잡음을 없애기 위해서’였다면 환경부는 EPR 시행대상 품목에 대해 보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디지털경제부·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