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내 중소기업 도산이 올해 들어서도 날로 심각해지고 있어 일본 경제에 불안감을 드리우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제국데이터뱅크(http://www.tdb.co.jp)에 따르면 일본내 7월 및 올 상반기 도산건수는 지난해 동기대비 각각 16%, 4.7% 늘어나는 등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참조
이는 특히 일본 IT업체를 중심으로 한 일본 경기 ‘V자’회복에 대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자료로 주목된다.
◇7월 도산 건수로는 전후 최악=제국데이터뱅크가 최근 부채 1000만엔 이상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7월 일본내 기업 도산현황에 따르면 도산 건수는 1814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월별 수치로는 올 들어 최대치다. ‘3월 위기설’을 넘어선 이후 도산 건수가 일시적으로 줄어들며 일본 경기회복 기대를 높여주다가 다시 8개월만에 월 도산 건수 1800건을 넘어섰다. 특히 7월 도산 건수로는 전후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다.
한편 부채총액도 전년 동월대비 61% 증가한 1조2035억엔에 이르며 2개월만에 다시 1조엔을 넘어섰다. 7월만 놓고 보면 전후 세번째로 많은 부채총액을 기록했다.
◇멈출 줄 모르는 도산 행렬=일본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던 지난 상반기에도 도산 행렬은 이어졌다. 올 상반기 도산 건수는 전년 동기대비 4.7% 늘어난 9872건으로 상반기 도산 건수 기준 84년 1만399건, 98년 1만173에 이어 세번째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0년 상반기 9304건을 기록한 이후 반기 기준 5기 연속 9000건 돌파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부채총액 역시 전년 동기대비 3.2% 증가한 7조4439억엔에 이르렀다. 지난 99년 상반기에 9조1679억엔을 기록한 이후 상반기 부채총액으로서는 전후 두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도산의 특징=‘물건이 팔리지 않아’ 도산하는 이른바 ‘불황형 도산’이 70%를 넘으며 디플레이션에 견디지 못하는 업체가 속출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 도산업체 중 판매 부진으로 쓰러진 업체가 6586개로 전년 동기대비 8.1% 증가했다. 경기불황이 오래 지속됨에 따라 체력 소모에 따른 결과인 셈이다.
또한 상장회사 등 규모가 큰 업체의 도산이 늘어난 점도 특징이다. 상반기 기준으로 부채 1000억엔 이상 도산이 8건, 100억엔 이상이 105건, 10억엔 이상이 740건에 달했다. 전년 동기가 각각 8건, 86건, 662건이었던데 비해 뚜렷한 증가추세를 보였다. 특히 상장회사의 경우 7월까지 24개사가 도산해 일주일에 1개 업체가 문을 닫는 전례 없는 속도를 보였다. 지난 97년, 2001년 연간 상장회사 도산 건수가 14건이었던 사실과 비교하면 상장회사 도산 추세의 심각성이 쉽게 눈에 들어온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30년 이상 업체인 이른바 ‘시니세’ 도산 역시 우려를 낳고 있다. 30년 이상된 업체 도산은 상반기 2652건으로 과거 최악이었던 지난해 하반기 2473건을 넘어섰다. 이 중에는 50년 이상 업체도 488건, 100년 이상 업체도 10건 포함됐다.
이번 조사를 담당한 제국데이터뱅크의 스즈키 요시후미씨는 “이미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도산 건수가 전혀 줄어들 낌새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특히 일본 경제를 지탱해 온 ‘시니세’의 도산이 증가하는 추세고, 상장회사조차 전례가 없는 도산 건수를 기록하는 등 향후 일본 경기를 낙관할 수 없게 하는 조사결과”라고 말했다.
제국데이터뱅크는 이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내 도산 건수가 2만건을 넘어서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도쿄 = 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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