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기술진의 미국 취업비자인 H-1B 비자 신규발급 건수가 전반적인 경제둔화와 하이테크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올들어 지금까지 절반 가량 줄어들었다. 미 이민국(INS:Immigration and Naturalization Service)은 지난해 10월 1일부터 올 6월 30일까지 자체 회계연도 첫 3개 분기 동안 신규 발급한 H-1B 비자 건수는 6만500건으로 직전 회계연도의 같은 3개 분기 동안 발급한 H-1B 비자 13만700건에 비해 54% 격감했다고 밝혔다. 현재 INS에 계류중인 H-1B 신청건수는 1만8000건에 이른다. H-1B 비자 신규발급 건수는 지난해 미 의회가 H-1B 비자발급 연간 상한선을 19만5000건으로 확대하고 대학 연구원에 대해서는 H-1B 비자를 면제하는 바람에 기록적으로 늘어났다. H-1B 비자는 최장 6년 동안 유효하며 외국인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가 많았던 기술회사들이 이 제도를 많이 이용했다.
H-1B 비자 중 절반 정도는 대부분 인도와 중국 출신의 컴퓨터 관련 직원에게 발급됐다. H-1B 비자 직원을 많이 고용한 기술회사는 오라클, 인텔, 휴렛패커드(HP) 등이다.
클리브랜드의 마가렛 웡 이민 전문 변호사는 이에 대해 “지난해 9·11 미 테러사태 이후 비자 조회가 까다로워지고 INS 조직이 개편됨에 따라 올들어 H-1B 비자 신규발급이 줄어든 것 같다”며 “최근 H-1B 비자발급 대기시간이 1달에서 16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장기간 논란을 일으켰던 H-1B 비자 제도의 찬반 양쪽 모두 H-1B 비자 발급이 올들어 급감한 데 대해 놀랍지 않다는 공통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들의 H-1B 비자발급 감소현상에 대한 반응은 서로 다르다.
미국정보기술협회(Information Technology Association of America) 해리스 밀러 회장은 H-1B 비자 신규발급 격감은 고용주들이 H-1B 비자 제도를 적절히 사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기술회사들이 감원을 단행하고 있고 미국 근로자들도 남아도는 판국이라 외국인 임시직 고용을 줄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9·11 테러 이후 비자발급이 까다로워지긴 했으나 그것이 H-1B 비자발급 감소와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비자 제도는 인력공급이 달릴 때를 위해 마련된 것으로 IT 등 여러 산업의 성장둔화가 지속되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현재 이 제도는 의도된 대로 잘 운영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반면 전기전자시스템 표준설정 국제기구인 전기전자학회(IEEE: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 Engineers)의 미국지부인 IEEE-USA의 시각은 이와 다르다. IEEE-USA는 H-1B 비자 신규 발급건수가 6만500건으로 줄어들긴 했으나 이는 미국 엔지니어의 실업수준을 고려할 때 여전히 과다한 편이라고 풀이했다. IEEE-USA는 H-1B 비자 제도 확대와 외국인 엔지니어 고용증가가 미국 엔지니어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의회 차원의 조사를 촉구해 왔다. IEEE-USA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미국 엔지니어들의 실업률은 4%로 올랐으며 특히 컴퓨터 및 전자 기술자들의 실업률은 이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이는 이 분기의 미 전국 실업률 5.9%보다 낮지만 실업률 치고는 높은 편이다.
IEEE-USA 존 스테드먼 부회장은 “하이테크 업계의 미국인 실업자가 여전히 많은 데다 이들은 외국인 근로자가 일할 수 있는 직장에서 일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