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지난 14일(현지시각)까지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최고경영진의 서명이 담긴 재무제표 제출을 요구한 결과 대부분의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이를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IT월드(http://www.itworld.com)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정부가 연매출액 12억달러를 넘어서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및 최고재무책임자(CFO)들에게 회계보고서의 정확성을 보증하기 위해 서명이 담긴 서약서를 제출토록 요구한 1차 마감시한인 14일까지 대부분의 IT기업들이 이를 지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본지 8월 16일자 17면 참조
인텔이 크레이그 배럿의 서명이 담긴 문서를 제출한 것을 비롯해 아마존(제프 베조스)과 AT&T(마이클 암스트롱), 오라클(래리 엘리슨), 애플컴퓨터(스티브 잡스)도 CEO를 앞세워 같은 문서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다. 파산보호를 신청한 월드컴도 시한을 지킨 반면 IT업체 가운데 퀘스트커뮤니케이션스는 유일하게 시한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SEC측은 이번 서약서 제출 마감시한을 지키지 못했다고 제재가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재무제표를 제출하지 않은 기업들은 주가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EC는 선의의 피해를 막기 위해 사전에 제출기한 연장을 요청한 기업과 마감이 임박해 특별한 사유로 제출기한 연장을 요청한 기업들에 5일을 추가로 주어 작업을 마치도록 했다. 또 기업들마다 회계연도가 다른 점을 감안, 서약서 제출 마감시한을 9월부터 연말까지 다양화했다.
이에 따라 주요 IT기업 가운데 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와 HP가 9월 16일, 마이크로소프트(MS)와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9월 30일, 시스코시스템스 10월 25일까지 서약서를 제출하게 됐다.
미국 기업들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단행된 이번 조치로 IT기업들은 회계부정으로 만신창이가 된 업계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이번 조치가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려놓기에 턱없이 미흡하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특히 이번 조치가 급조됐기 때문에 결산수치가 부정확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서약서 제출을 앞당긴 업체들의 경우 경영진이 회사 재정상황에 대해 이해가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명한 내용이 사실과 다를 경우 개인적인 신뢰는 물론 최대 500만달러의 벌금과 20년의 징역까지 가능하지만 CEO나 CFO들이 고의로 경영상황을 속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소프트웨어 업체 사이베이스의 관계자는 “투자자들도 현재 상황이 이렇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시장조사업체인 IDC의 댄 쿠즈네츠키 부사장은 “도덕심까지 법으로 제어할 수는 없다”면서 “숫자를 속이려드는 사람들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도 부시 행정부의 이번 조치가 업체들의 회계투명성을 담보하는 필요조건이라는 점에는 동의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