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과학기술 입국의 `꿈`

 ◆김형오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

 

 지난 10년간 우리가 내세울 만한 과학기술은 과연 어떤 것이 있었는가.

 필자가 기억하기로는 10년 전 CDMA기술 개발 이후 히트작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그것도 원천기술은 아니다. 미국 퀄컴에서 기술을 배우고 모방해 한국형으로 만든 것에 불과하다. 그 대가로만 휴대폰 단말기 1대당 5.25%의 로열티를 총 13년간 지불해야 하는 형편이다. 최근 3년간 지불한 것만 해도 2조5000억원이 넘는 규모다. 한국은 미국 퀄컴의 ‘봉’이란 말이 이래서 나온다. 앞으로도 IMT2000 등 CDMA방식의 기술은 무엇이든지 로열티를 물어야 한다.

 왜 선진국이 과학기술에 매달리고 아낌없이 투자하는지 그 해답을 제시해주고 있는 셈이다. 결국 과학기술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 후손을 위한 씨뿌리기다. 그런데도 우리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이나 의지와 열정이 담긴 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장기적인 국가 생존전략에 대해 너무나 무관심한 탓이다.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정부는 모든 정부 부처 장관이 참가해 종합적인 과학기술기본계획을 발표했다. 6T(정보·나노·생명·우주·환경·문화기술)분야를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하고 2006년까지 정부예산 35조원을 투자해 세계 10위권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이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문제는 총론이 아니고 각론이다. 구체적 실천대안이나 전략보다 전시성 구호가 앞서는 듯했다.

 국가전략기술 개발에 필요한 전문인력의 경우 수요 대비 48.4%에 해당하는 20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비롯해 이곳 저곳에서 이공계 사기진작 대책들이 발표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정부의 정책들은 문제의 핵심과 현실성에는 접근하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

 미사여구를 나열한 정책 내용보다 지긋하게 밀고 나가는 실사구시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부터 뛰어다녀야 한다. 과학기술 발전을 추진하는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뭔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연구소를 방문하고 연구원을 만나 현장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국민을 상대로 설득할 것은 설득해야 한다. 예산이 필요하면 아낌없이 투자해야 한다.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는 우리 모두를 위한 투자고, 자손들을 위한 투자다. 정부예산의 5% 확보가 아니라 그 이상이라도 투자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것에 대한 단안을 내리고 밀고 나갈 사람은 대통령밖에 없다. 지금 대통령이 못하면 차기 대통령이라도 꼭 해야 한다.

 과학기술자에 대한 대우와 연구분위기도 그 틀을 다시 짜야 한다. 연구원이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자부심을 느끼며 연구에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한다. 과학기술자에 대한 대우가 야박하고 신분까지 불안정한 상태로는 아무리 이공계활성화 대책을 세우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려 해도 먹혀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연구원의 사기진작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최근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직업 조사에서 중학생이 희망하는 직업에 과학자가 5위를 차지했지만 고등학생의 경우 과학자를 희망하는 학생이 1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과학문화 확산은 과학기술 발전의 토양이다. 60∼70년대 많은 청소년의 희망은 과학자가 되는 것이었다. 그 결과는 80∼90년대 한국의 고도성장으로 이어졌다. 현재 우리의 이공계 기피현상은 우리의 미래를 짐작케 한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만 해도 심히 우려스럽다.

 과학기술에 대한 정부와 언론·국민적 관심, 그리고 무엇보다 대통령이 직접 챙길 때 ‘과학기술입국’이라는 우리의 꿈은 비로소 이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