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프리즘>기술용어 풀어쓰자

 ◆패트릭 무어헤드 AMD 소비자자문 부사장 겸 국제소비자권고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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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용 컴퓨팅 제품들이 제공하는 ‘분명한’ 혜택이 어떤 것일까 생각하면 보다 많은 사람이 신기술들을 이용해 그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가꾸고 싶어할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랄 뿐이다. 많은 전문가는 현재 그 이유를 경제 상황 탓으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그런 결론은 보다 근본적인 이유 하나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정과 기업을 위한 기술혁신의 속도가 많은 소비자의 정서를 앞서가고 있어 그들이 ‘내가 정말 최신 기술을 이용할 필요가 있나’하는 의문을 갖게 만들고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때 컴퓨팅의 ‘분명한’ 혜택들이 정말로 그렇게 분명한 것인가. 우리는 정말 일반인이 생소하고 딱딱한 최신 기술용어를 토대로 PC를 구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인가.

 필자는 최근 아시아·캐나다·유럽·남미·멕시코, 그리고 미국의 소비자와 중소기업의 지지자들로 구성된 아주 명망있는 단체인 소비자자문단(Global Consumer Advisory Board)을 만났다. 기술혁신과 기술채용간 이런 단절 원인을 파악해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우리는 한 가지 결론을 이끌어냈다. ‘기술격차’가 실제로 세계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첫째, 일반인이 기술을 이용하다보면 이해하기 어렵고 생소한 약어와 추상적인 기술용어에 자주 직면하게 된다. 이 용어들은 기술제품들을 구매할 때나 설치할 때, 심지어 이용할 때 사람들을 혼동시키고 무력하게 만들며 짜증까지 나게 한다. 설상가상으로 기술혁신이 계속 됨에 따라 기술용어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둘째, 최신 기술들을 충분히 이용하길 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개인정보를 넘겨줘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자연히 개인정보의 프라이버시와 보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이런 우려는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포털·미디어플레이어·무선컴퓨팅 기기·전자상거래 등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확산을 억제시킬 뿐이다.

 IDC의 ‘2001 소비자제품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PC를 갖고 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41%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런 답변은 기술격차를 초래하는 세 번째 이유를 정확하게 알려준다. 업계가 새로운 디지털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혜택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멋있는 기술 특성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특별한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구매를 하도록 동기를 부여하자. 업계는 사람마다 각각의 기술에 대해 느끼는 가치와 연관성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소비자 사이에는 교육·문화·지리적인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어떤 제품을 디자인·마케팅하고 지원할 때 업계는 한 가지 제품 모델이 모두에게 맞는다는 일괄접근법을 취하고 있는 것 같다. 기술제품들을 마케팅할 때는 신뢰성과 단순성·연관성을 부각시켜야 할 필요성이 아주 절실하다는 일부의 주장에 필자도 동의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기술은 대부분 기술이 주는 혜택이 아니라 그것의 멋있는 특성에 맞춰 판매되고 있다.

 PC에 관한 전형적인 광고전단 문구를 보면 다음과 같다.

 ‘1.6㎓, 256 L2 캐시, 64MB DDR SD램’.

 우리는 정말 일반인이 이런 딱딱한 문구를 참고로 해서 PC를 구매할 것으로 기대하는가.

 또 한 가지 좋은 예가 있다. 무선홈네트워킹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블루투스·IEEE·802.11a, 그리고 802.11b의 차이를 알고 있어야 한다. 업계는 20년 동안 한결같이 일반인이 아니라 기술 관여도가 높은 일부 소비자를 대상으로 이 기술에 대해 얘기해왔다. 기술을 이용하는 주사용자의 경우 정말 적극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지 않고는 기술간 차이를 따라잡기가 아주 어렵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기술 소비자를 기술과 관련된 논의 한가운데로 되돌려놓을 수 있을까. 사람들이 기술에 대한 투자로부터 얻게 되는 진정한 혜택을 설명하는 식으로 대화를 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은 어떨까. 사람들이 멋있는 기술 특성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특별한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을 구매하도록 동기를 부여하자.

 소비자는 기술의 먹이사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결국 그들은 한 기술이 시장에서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를 최종적으로 결정짓는 주인공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