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휴대폰만 쓰는 사람 늘어난다

남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생명공학회사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는 마얀크 타나왈라 (28)는 1년반 전부터 집에서 유선전화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전화회사 퍼시픽벨에 전화선의 잡음을 없애 달라고 부탁한 후 5주를 기다리다가 유선전화를 끊고 대신 휴대폰을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거의 무제한 쓸 수 있는 이동전화 상품과 케이블 인터넷 서비스 요금이 유선전화, 기본 휴대폰 요금, 다이얼업 인터넷 접속에 들어가는 비용과 거의 같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였다.




 현재 그는 장거리 통화를 무료로 하고 시내통화도 충분히 하고도 남는 AT&T와이어리스의 이동전화 서비스를 한달에 75∼80달러 주고 쓰고 있다. 물론 산카를로스에 있는 그의 집에는 전화선이 사라졌다.







 타나왈라가 유선을 끊고 이동전화만을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은 전화시장의 향후 추세를 예견해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동전화 요금이 싸지면서 휴대폰 이용이 최근 5년동안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통화시간이 아주 많고 장거리 통화를 무료로 할 수 있는 이동전화 상품이 일반화되면서 유선전화를 포기하고 이동전화만 사용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타나왈라는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않아 다른 사람이 나와 통화하고 싶을 때 이동전화를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며 “전화번호가 장소보다는 사람에 따라 다니는 게 훨씬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양키 그룹이 올초 이동전화 이용자를 조사한 결과 조사자의 3% 정도가 이동전화만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키스 맬린슨 양키 그룹 분석가는 이동전화만 사용하는 사람이 앞으로 5년안에 미 인구의 5∼10%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유선전화에서 이동전화로 바꾸는 통화량은 더욱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맬린슨 분석가는 현재 개인 전화통화의 3분의 2 정도가 유선전화망을 이용하고 있으나 5년안에 절반 이상의 통화가 휴대폰망을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추세를 뒷받침하는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동전화의 인기가 폭발적이다. 이동전화는 특히 처음 전화를 이용하는 사람에게 인기가 있다. 연방통신위원회(FCC)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미국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는 지난 99년말보다 54% 늘어난 1억2240만명이다. 캘리포니아주의 이동전화 이용자는 1500만명으로 같은 기간에 76% 늘어났다. 맬린슨 양키 그룹 분석가는 이동전화 가입자가 2006년에는 미 인구의 70%인 2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둘째로 휴대폰 요금이 싸졌다. 미 셀룰러통신인터넷협회(Cellular Telecommunications & Internet Association)의 킴벌리 쿠오 통신담당 부사장은 이동전화 요금이 지난 97년 이후 약 30% 내렸다고 밝혔다.




 셋째, 휴대폰 사업자의 서비스 권역이 확대되고 무료 로밍 서비스가 확대돼 고객이 어디에서든지 자신의 휴대폰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많은 이동전화 사업자가 무료 장거리 서비스를 제공해 시내전화와 장거리 통화간 구분을 없애고 있는 점이다. 고객은 이에 따라 장거리 전화 이용시 분당 통화료가 부과되는 유선전화보다는 일정 요금으로 거의 무제한적 통화가 가능한 휴대폰을 이용하게 된다.







 출판소프트웨어업체 어도비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빌 샤피로도 유선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한달 55달러에 버라이존와이어리스의 이동전화 서비스를 받는 샤피로는 “다른 사람에게 휴대폰 전화번호를 가르쳐주면 그 번호로 통화하므로 이동전화 한가지만 쓰는 게 좋다”며 “메시지를 유선과 무선 두 장소에서 점검하는 것은 불편하다”고 밝혔다. 샤피로는 두명의 룸메이트와 팰러앨토의 집을 같이 쓰고 있는데 세사람 모두 이동전화만 사용하고 있다.




 미국내 40개 지역에서 이동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퀄컴의 분사업체 리프와이어리스는 휴대폰 전용 서비스에만 전념해 사업을 키웠다. 이 회사는 ‘유선 대신 무선’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32달러 99센트의 정액요금으로 무제한 시내전화를 이용하는 서비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장거리 통화는 별도 요금을 내는데 미국내 통화료가 분당 8센트다.







 리프와이어리스의 댄 페그 홍보담당 수석부사장은 “리프 고객의 26%가 집에 유선전화 라인이 없고 80%가 리프 이동전화만 이용한다”고 소개했다. 이동전화 시장은 계속 성장하는 반면 재래식 통화시장은 정체됐다. FCC에 따르면 미국내 유선전화 라인수가 지난해말 현재 99년말과 비교해 1.5% 늘어난 데 그친 1억9230만 회선이다. 캘리포니아 공공시설위원회(California Public Utilities Commission)는 캘리포니아주의 유선전화라인이 지난해말 현재 2480만 회선으로 99년말과 비교해 3%밖에 안 늘어났고 밝혔다. 이동전화 이용이 늘어나더라도 재래식 유선전화가 급격하게 사라지지는 않고 있다. 가정의 유선전화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집안에서 이동전화 서비스를 받을 수 없어 쉽게 유선전화를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고 또한 인터넷 접속에 지상라인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맬린슨 양키 그룹 분석가는 이런 요인보다는 전화기를 들고 집에 전화를 걸어 가족과 통화하는 일반적 습관을 중시한다. 그는 “누구와 꼭 통화하기보다는 막연하게 집에 전화하고 싶은 때가 많다”며 사람이 아닌 장소에 대한 통화개념을 지적했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