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몇대의 PC를 무선으로 연결시키려고 고안된 단거리 무선통신 기술 와이파이(WiFi:Wireless Fidelity)가 대형 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를 거치지 않는 무료 무선 네트워크인 ‘인터넷 구름 (Internet Clouds)’을 만들려는 기술 민초들의 시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와이파이는 지금까지 이웃이나 친구, 낯선 사람과 무선 네트워크를 이용해 인터넷을 공유하는 데 중점을 두었으나 ‘802.11b’로 알려진 이 기술은 이보다 더 큰 목적을 위해 이용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와이파이 이용자들은 시내전화 회사나 케이블 회사의 어떤 통제도 받지 않고 자가 네트워크를 대폭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조지아대학 뉴미디어연구소의 스콧 샴프 소장은 “이 기술은 지난 94년의 인터넷과 같은 느낌”이라며 민간의 무선 네트워크 구축 붐을 빗댔다. 무선 네트워크는 도랑을 파서 케이블을 깔고 타워를 세우는 데 드는 수백만달러의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 누구나 전용 인터넷 연결장치와 대당 가격 200달러의 접속 포인트만 있으면 무선 네트워크를 만들어 서비스할 수 있다. 이용자는 70달러짜리 카드를 데스크톱이나 랩톱에 끼워 접속 포인트에서 반경 수백피트 범위 내에서 디지털 가입자 회선 (DSL)이나 케이블 모뎀 접속을 공유하게 된다. 일부 제품은 신호 전송기와 수신기가 내장돼 온라인 상태에서 네트워크 확장도 가능하다. 인텔은 한걸음 나아가 이런 무선기능을 자사 칩에 구현할 계획이다.
이들 일명 ‘무선 구름’은 상시 인터넷 연결 휴대폰과 핸드헬드 컴퓨터에서부터 날씨, 스모그 상태를 수시로 점검하는 미래형 센서에 이르기까지 각종 차세대 기술을 지원한다. 단거리 무선통신은 현재는 신호전달 범위가 제한돼 있어 케이블이나 전화, 휴대폰 회사의 서비스와 비교가 안될 정도다. 따라서 와이파이는 아직까지는 가정과 사무실 그리고 공항, 호텔, 로비, 커피숍 등지에서 랩톱과 데스크톱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용도로만 쓰이고 있다.
와이파이 지지지들은 와이파이가 조직적인 성장성, 저비용, 간편한 운용성 등으로 앞으로 더 큰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현재의 무선장비로는 DSL이나 케이블 서비스 공유범위가 몇백 피트에 불과하지만 그 범위는 고성능 안테나의 도움으로 앞으로 12마일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예견이다. 현재 전세계 각지에 많은 무료 와이파이 접속 포인트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MIT 미디어연구소의 니콜러스 네그로폰트 소장은 무선 접속 포인트가 궁극적으로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통신산업에 골칫거리로 부각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업계가 와이파이에 대해 갖고 있는 불만의 대부분은 케이블이나 DSL 서비스를 공개적으로 공유하는 고객 때문이다.
케이블 모뎀 서비스를 제공하는 AT&T브로드밴드의 사라 에더 대변인은 “우리는 이런 행위를 서비스 절도로 본다”고 잘라 말했다. SBC커뮤니케이션스는 최근 가정 밖에서의 접속 공유를 막기 위해 이용규칙을 수정했다. 타임워너 케이블도 이처럼 접속을 공유한 10명의 가입자에 경고서한을 보냈다.
이들 업체 이외에 다른 사업자들은 접속 공유가 유료 고객의 접속속도를 떨어뜨리지 않는 한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아무튼 모든 도시와 지역에서 무료 접속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기술 민초의 노력이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벌써부터 대형 기술업체들이 전국적인 무선 네트워크 구축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캐너스인스탯에 따르면 와이파이 접속 카드와 기지국 장비 판매는 이제 도약단계에 올라 매출액이 지난해 19억달러에서 2005년에는 52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