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랜(LAN)파티가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주말마다 크고 작은 랜파티가 수십개씩 열리고 있는 가운데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인식한 기업들도 랜파티의 후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
랜파티는 최근 열성적인 PC 게이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현상으로 차고나 건물을 빌린 후 참석자들이 가지고 온 장비로 임시 LAN 네트워크를 꾸며 밤새 ‘워크래프트Ⅲ’와 같은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행사다.
C넷에 따르면 최근 유명 슈팅 게임인 ‘퀘이크’ 개발사인 ID소프트의 연고지인 텍사스주 메스키트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랜파티인 ‘퀘이콘2002·사진’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ID 소프트는 물론 AMD, 비아, ATI테크놀로지 등이 공동으로 후원했다.
또 대학 1년생인 마이클 듀레이트(19)는 실리콘밸리에서 50명의 게이머들을 초청한 랜파티를 개최했다. 그는 이전에도 랜파티를 개최한 적이 있었으나 이번 처럼 많은 수의 게이머들을 불러모은 것은 처음이다.
랜파티 개최가 잇따르자 주말마다 미 전역에서 열리는 수십개의 랜파티 목록을 제공하는 랜파티닷컴(LANParty.com)이라는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랜파티가 게이머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은 랜이 인터넷에 비해 지연시간이 없고 응답이 빠른데다 치팅(게임에서 속임수를 쓰는 행위)을 당할 가능성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게이머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랜파티가 자칫 실세상에서 게이머를 소외시키기 쉬운 온라인 게임의 문제점을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최근 50여명이 참석한 랜파티를 주최했던 마이클 듀레이트는 “팀으로 게임을 하면서 옆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는 기존 온라인 게임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라며 “함께 게임하는 사람과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재미 이상을 가져다 준다”고 말했다.
듀레이트가 개최한 랜파티 내내 50명의 게이머들은 대부분이 카페인 음료를 마셔가며 잠도 미룬 채 게임을 즐겼으며 체력이 바닥에 달한 상황에서도 다른 참석자의 화려한 기교가 선보일 때마다 큰 소리로 갈채를 보내곤 했다.
랜파티에 참석하는 게이머들이 남들과 달리 독특하게 꾸민 PC를 갖기를 원하면서 전문 PC 및 부품 업체 등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잡기 시작했다. 또 랜파티 참석자들의 밤샘을 도와줄 카페인 음료를 제조하는 업체들도 재미를 보고 있다.
일례로 앨런 페인은 2년전 랜파티에 쓰일 PC가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것을 보고 독특하게 꾸며진 컴퓨터와 각종 부품 운반 케이스 사업을 시작했다. 그의 사업은 연간 세자릿수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또 기업가인 하비 부퍼트가 98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에너지 드링크인 ‘볼스’는 프로게임리그인 사이버육상프로리그(CPL)의 공식 소프트드링크로 지정됐다.
고성능 PC판매업체인 하이퍼소닉PC의 CEO인 프레드 코한은 “랜파티는 일종의 과시 장소로 변했다”며 “랜파티 참석자들은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다른 이들의 시선을 끌 시스템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랜파티가 자신의 사업에 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63억5000만달러 규모에 달하는 게임 산업은 성패가 입소문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는 점 때문에 앞으로 랜파티를 새로운 마케팅 기회로 삼으려는 기업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