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필 아이펜텍 사장 kmcyber@ipentec.co.kr
지난주 상장기업 및 코스닥기업들의 올 상반기 실적이 발표됐다. 전통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상장기업들은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었다는 2000년의 실적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었다고 한다. 전세계적 인 불황에도 한국경제가 보여주는 최근의 성장은 내수와 수출의 균형있는 성장이 뒷받침한 것이지만 결국 IMF 환란 이후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과감히 진행된 국가 리스트럭처링의 결과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생각된다.
IMF 사태라는 초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두가지 칼을 들었다. 오른손에는 과감한 구조조정의 칼이었고 왼손에는 벤처로 대변되는 신산업의 육성이라는 칼날을 들었다. 그 결과로 한동안은 벤처 활황으로, 그리고 세계적으로 벤처 열기가 식은 다음에는 구조조정에 의해 경쟁력이 강화된 전통산업의 호황으로 한국경제의 우등생으로서의 지위는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밝은 곳이 있으면 어두운 곳이 있듯이 상반기 실적에서 코스닥등록 벤처기업의 실적은 지난 몇년 동안의 실적 중 사상 최저였다. 이른바 공급과잉의 상황속에서 코스닥등록 정보기술(IT)벤처 중 일부는 공시를 통해 전통기업을 매수하는 전략을 선보이기도 했고 벤처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짧은 기간 안에 심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기청은 이런 벤처 약세 속에서 벤처등록 심사기준을 강화해 연말까지는 현재 9500여개인 벤처의 수를 절반 가까이 줄여 확실하게 옥석을 가려 지원하겠다는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의 여러 지원책속에 성장해온 벤처기업들이 바야흐로 정글의 법칙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확실히 구조조정은 고통스럽다. 지금 많은 벤처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다운사이징은 물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 비용 줄이기 등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절벽으로 떨어진 사자 새끼 중 기어올라오는 쪽에 속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벤처 CEO들이 이런 노력에 과로나 병을 얻어 소리소문 없이 병원 신세를 진다거나 투자자들에게 끊임없이 퇴출(exit) 요구를 받고 있고 자신의 젊음을 바친 회사가 통폐합되는 일을 겪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 벤처산업의 육성에 필요한 최선의 길은 무엇일까? 누구나 알듯이 벤처에 있어 성공확률은 5% 미만이다. 그렇게 보면 1만개의 벤처기업 중 500개 정도가 성공한다는 산술적 계산이 나온다. 그렇다면 성공확률을 높일 방법은 없을까 ? 예컨대 1000개쯤 살아남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IT 아이템 중에서도 자세히 분류해보면 글로벌 경쟁력 지수가 나올 수 있다. 예컨대 고객관계관리(CRM) 분야는 각국의 고객 특성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 해외진출에서의 성공률이 낮다. 머천트(merchant)나 마켓플레이스(market place)도 같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전자문서관리시스템(EDMS)의 경우는 선진국 솔루션이 너무 앞선 경우다. 최근의 국내 보안업체들의 위축도 우물안 경쟁력이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므로, 내수용과 해외용으로 분류해서 객관적인 경쟁력 지표를 만들어가다 보면 상당히 전략적인 방향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지역별과 고객별 타깃(기업용이나 일반 소비자용,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 등)으로 분류해보면 이른바 우리 벤처기업의 실질적인 경쟁력 지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 단순히 절대수량을 5000개로 줄인다고 일이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지원은 체계적이어야 한다.
미국에서도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8A’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상당수 기업이 이를 졸업하고 나면 사세가 위축되고 축소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도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더욱 세련된 지원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경쟁력을 가진 제품은 해외에서도 일류로 통하는 상황이 만들어져야 한다. 국내에서 5%, 해외에 통하는 5%라면 성공확률을 배로 높일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조금만 조율(tuning)해보면 2∼3년 후에는 이런 벤처 리노베이션(venture renovation)의 성과를 모두가 나누는 상황이 반드시 도래하리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