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못쓰는 인쇄회로기판(PCB)의 처리문제를 두고 관련업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해마다 많은 폐PCB가 늘어나고 있으나 한동안 수월하던 수출이 어려워지고 폐PCB 처분 원가까지 높아져 폐기처리가 여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은 우리나라의 중요한 폐PCB 수출국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바젤 협약에 가입하면서 지난 7월 1일부터 폐PCB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폐PCB를 일괄수거해 중국에 내다 팔아온 폐PCB업체들은 수출길이 막혀 고심하는 실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에서 처리하자니 폐PCB 처리비용이 많이 들어 진퇴양난에 처했다. 실제 폐PCB를 수거하는 데 드는 비용은 톤당 18만원에서 20만원 정도인 데 반해 이를 처분하는 데는 톤당 25만원이 든다고 한다. 폐PCB를 수거해서 처분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셈이다. 폐PCB업체들은 이러한 점을 고려해 PCB 처분업체들에 수거비용을 인상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난색을 표명해 성사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많은 폐PCB업체들은 수익성 악화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거나 문을 닫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앞으로 폐PCB 처리문제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폐PCB 문제는 정부와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선 폐PCB 처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환경부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마련해 환경오염 방지차원에서 현재 폐가전제품을 일괄수거한 뒤 고철과 알루미늄 등을 분리해 재활용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폐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정부가 정한 재활용 목표량 만큼의 폐기물을 반드시 회수, 재활용하도록 되어 있다. 이 법에는 현재 냉장고·TV·세탁기·에어컨 등이 재활용대상품목으로 포함되어 있다. PCB가 제대로 수거되어 처리되지 않으면 환경오염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 폐PCB도 이 대상품목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금 폐PCB를 수거·처리하는 업체들은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인력도 소수인데다 소각로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톤당 18만원이나 20만원에 폐PCB를 사들여 25만원에 소각하는 형태로는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전자폐기물을 건축자재 등으로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분쇄설비가 필요하고 특수시설을 갖춘 업체의 인허가가 시급한 만큼 이에 걸맞은 지원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또 지역별로 재활용시설을 갖추고 연간 수백만톤에 이르는 PCB를 수거, 알루미늄 등을 분리선별해 재활용하는 것도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의 폐PCB 매립지가 한계에 달한 점을 고려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이 국내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해외에서 들어오는 전자제품 폐기물 수입을 통제한 것처럼 많은 나라들이 폐PCB 수입을 꺼리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폐PCB를 모두 처리할 수 없다면 동남아시아나 남미 국가들을 중심으로 폐PCB 수출국을 개척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