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신기업 회계처리 비상

 최근 연쇄도산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 미국 통신업체들이 매출액을 재조정해야 하는 등 회계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최근 통신업체들의 회계장부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그 동안 미국 통신업체들이 광케이블 등의 자산을 교차사용(IRU)하면서 이를 매출로 처리한 것을 적발해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2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SEC는 최근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미국 공인회계사회(AICPA)에 이 같은 방침을 통고했다.

 이 같은 문제는 SEC가 글로벌크로싱과 퀘스트커뮤니케이션스의 회계장부를 정밀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퀘스트와 글로벌크로싱은 지난 2000년과 2001년 자산 교차사용으로 인한 매출이 무려 26억달러(약 3조1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퀘스트는 이미 이 같은 거래관행에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고 시인하고 매출액을 조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글로벌크로싱도 매출액 산출방식에 대한 정밀실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SEC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다른 통신업체들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시장조사회사 프리커서그룹의 스콧 클레랜드 사장(CEO)은 “글로벌크로싱과 퀘스트 외에 미국의 다른 통신업체들도 자산을 교차사용하는 등 통신업계의 먹이사슬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며 “이번 조치는 미국 통신업계가 또 한번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장 먼저 레벨3커뮤니케이션스도 매출 재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회사는 2000년과 2001년에 자산교환으로 인한 (가공) 매출 약 2800만달러를 회계장부에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벨3는 최근 “더 이상 이런 거래를 매출로 기록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시했다. 전문가들은 또 일부 에너지 기업들에 대해서도 매출액 재조정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용어설명>자산교차사용(IRU:Indefeasible Rights to Use)=가스나 전기 등을 공급하는 시설 및 해저케이블 등의 자산을 사용하는 ‘취소할 수 없는 권리’를 의미한다. 에너지 업계에서 처음 사용됐으며 최근 통신분야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상대방 자산을 교차 사용하는, 단순한 거래를 (가공) 매출로 기입해 매출을 부풀렸기 때문이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