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훈 한국지리정보소프트웨어협회 회장 dhlee@GEOmania.com
지리정보시스템(GIS) 관련 산업이 국내에 소개된 지도 벌써 십수년이 됐다. 그동안 GIS 개발업체들은 우리나라의 최대 강점이라 할 수 있는 명석한 두뇌와 IT 인프라를 활용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외국업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제품들을 보유해 왔다. 그러나 국내 GIS 산업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기술 수준으로만 판단하면 분명 장밋빛 미래가 있어 보이건만 시장에서 아직도 그 뿌리는 약한 것 같다.
GIS업계 종사자로서, 또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고 장래를 함께 고민하는 단체의 대표로서 GIS산업을 위해 몇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우선 원천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의 두뇌를 이용한 지식생산품인 소프트웨어를 통한 해외시장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 우리의 미래를 더욱 밝게 해주리라 믿는다. 그러나 GIS 소프트웨어들이 효과적인 해외진출을 하는 것은 최소한 국내에서 일정 지분의 사업적 수익이 있어야만 가능하리라고 본다. 또 그러한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관련 산업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앙정부와 지방행정기관이 수행하는 GIS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재조정은 다름아닌 정부의 발주 형태와 시기, GIS 산업용 국가 기본도에 대한 보급, 그리고 정부 부처의 일괄된 행정체계를 지적하는 것이다.
현재 GIS사업의 발주 형태는 제안서와 가격을 통한 공개경쟁입찰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는 제안서 평가를 아무리 잘 받았다 할지라도 제안가격이라는 변수가 남아있어 사업의 수주에 대한 확신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또 무리한 제안가격으로 적자 사업수행을 하는 일이 빈번한 것이 현실이다. 물론 가격을 통한 입찰은 저렴한 사업수행을 통해 정부예산을 절약하는 효과를 거둘 수는 있겠으나 이러한 발주방식은 결국 양질의 사업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된다. 적정 가격과 알맞은 품질을 기대할 수 있는 절충안은 사업주체가 사전에 사업발주를 위한 예산을 조사하고 조사된 예산의 범위 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사업체가 우선 협상자가 되는 발주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또 한가지, 정부 및 공공기관의 발주가 대다수인 GIS사업 특성상 그 발주시기가 하반기에 편중돼 있어 대다수 사업자들이 상반기에는 개점휴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대다수 업체들은 자금유동성에 대한 심각한 문제를 직면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사업 발주시기가 적절히 분산돼야 사업자의 고통이 반감될 것이다.
GIS사업의 필수요소인 전자지도에 대한 원활한 공급이 전면 개방되는 것도 산업활성화를 위한 필수 선결요건의 하나다. 전자지도 전면 개방은 단순한 공급체계의 개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에 대한 관련 규제의 완화나 전자지도의 가격완화 내지는 무상제공을 주장하는 것이다. 제반 요건이 충족돼 민간 사업자의 사업참여를 통해 양질의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GIS 상품이 출시될 때라야 궁극적으로 GIS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될 것이다.
행정체계에 대해서도 개선점이 적지 않다. 현재 건설교통부 산하에는 국가GIS팀이 있으나 국가 전체의 GIS에 대한 방향을 정립하는 핵심 주체가 팀 단위에 불과하다는 것은 사실상 무리가 있다고 여겨진다. 다양하고 중요한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팀 이상의 보다 더 강화된 모양새를 갖추어야 할 것이고 ‘국가GIS’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적어도 국가 GIS의 공 업무에 대한 권한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앞서 언급한 여러가지 과제가 해결돼 국내 GIS 소프트웨어 개발업체가 제대로 육성된다면 국내 경험을 통한 해외시장 개척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며 다양한 사업수행 경험은 단순한 제품판매가 아닌 외국 GIS사업 전체 수주를 통한 더 많은 부가가치를 국내업체가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국내 GIS 시장규모는 아직 세계 시장의 1% 안팎에 불과하다. 월드컵을 통해 알려진 우리나라의 우수한 정보기술과 함께 GIS 소프트웨어와 응용시스템이 해외시장에서 쾌거를 거둘 수 있도록 정부 관계자들이 업계의 소리에 좀더 귀기울이길 간곡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