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일본 대형 TV 시장서 PDP와 주도권 싸움

 차세대 TV인 이른바 ‘벽걸이TV’로 주목받고 있는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와 액정표시장치(LCD) TV가 32∼42인치 시장을 놓고 대결 국면에 돌입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일본 차세대 TV 시장은 그동안 30인치를 기준으로 ‘소형은 액정TV, 대형은 플라즈마TV’로 각기 나뉘었다. 이같은 배경에는 액정TV의 경우 대형화가 어려운 반면 플라즈마TV는 소형화가 어렵다는 기술적인 특징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본 액정TV 시장에서 80%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압도적 존재인 샤프가 32인치 이상 대형TV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플라즈마TV에 도전장을 내고 나섰다.

 ◇샤프의 야심찬 전략=샤프는 오는 2005년에 액정TV를 300만대 생산한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최근 내놓았다. 2005년 세계 전체 예상 수요를 600만대로 봤을 경우 무려 절반을 차지해 세계 톱의 자리에 서겠다는 전략이다. 2004년 5월 가동 예정인 미에현 가메야마 공장을 중심으로 올해부터 가동에 들어간 스페인과 중국의 생산거점과 2005년 가동 예정인 멕시코 조립공장 등 100만대 양산이 가능한 해외 공장 등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샤프의 전략에는 지금까지 손놓고 쳐다보기만 했던 대형TV 시장 진출이 포함돼 있다. 무려 1000억엔을 투자할 예정인 가메야마 공장은 세계 최대 크기인 1500㎜ 유리기판을 실현해 42∼44인치 액정TV 모델 양산을 본격화하게 된다. 특히 패널 제작에서 TV 완성까지 일관생산이 가능해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게 된다. 30인치 기준으로 1인치 1만엔 벽을 넘어서 플라즈마TV와 가격 경쟁이 가능케 된다는 판단이다.

 또한 같은 전략선상에서 지금까지 소형 기종이 70% 이상이었던 생산비율을 2003년부터는 20인치형 이상 비율을 40%까지 끌어올리는 등 대형TV 시장 공략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샤프는 올 10월 하순께 37인치 액정TV를 시장에 내놓고 대형TV 시장에 정식으로 도전장을 내민다.

 ◇액정TV의 경쟁력=30인치 이상 시장에서 액정TV는 아직 플라즈마TV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일례로 샤프의 액정TV ‘AQUOS’시리즈 최대형인 30인치가 약 70만엔인데 비해 플라지마TV 최소형인 히타치제작소의 ‘Wooo’시리즈 32인치는 55만엔이다. 액정TV가 플라즈마TV에 비해 화질이 밝고 선명하며 소비전력이 절반 수준인데다 수명이 2∼3배 가량 길다는 강점이 있지만 가격차가 너무 크다. 샤프가 10월 하순경 시장 투입 예정인 37인치 액정TV가 원활하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소한 1인치 1만엔을 이뤄야 액정TV가 대형TV 시장에서 플라즈마TV에 대한 경쟁력을 갖을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샤프는 가메야마 공장에 기대를 걸고 있는 셈이다.

 ◇도전 좌절 가능성=샤프의 성공 여부에 대한 회의론은 가메야마 공장이 가동되는 2004년 이전에 대형TV 시장이 플라즈마TV에 완전 장악될 개연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 샤프가 2004년에야 기대하고 있는 1인치 1만엔 벽을 히타치는 올해내 32인치형 플라즈마TV로 넘어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만큼 플라즈마TV 시장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플라즈마TV 시장 경쟁 격화는 플라즈마TV 가격을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낮추며 플라즈마TV가 대형TV 시장에서 대세가 될 여건을 만들고 있다. DVD 등 광디스크 공장을 정지하면서까지 PDP 생산라인 확충 계획을 세운 파이어니어를 비롯, 다음달 플라즈마TV 10기종을 일거에 선보이며 일본내 시장점유율 40%를 노리는 일본내 1위 히타치, 액정TV 생산을 포기하며 플라즈마TV 사업을 강화하는 산요전기, 도우레와 함께 600억엔을 투자해 공동 출자회사를 설립한 마쓰시타전기산업 등에 이르기까지 플라즈마TV 경쟁은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플라즈마TV가 대형TV 시장에 뿌리를 굳게 내릴수록 액정TV가 끼어들 틈새는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결국 대형TV 시장은 일본 액정TV 선두주자인 샤프의 능력을 평가하는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 = 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