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미아방지 특수시계 `불티`

아이들 유괴기사가 최근 봇물처럼 터져나오기 전부터 트리나 딘과 롭 딘 부부는 취학전 두 딸의 안전을 걱정했다.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 사는 이 부부는 위성과 휴대폰 기술을 결합해 딸들의 위치를 자동추적하는 400달러짜리 손목시계를 두개 주문했다. 이 손목시계 가격에 월 서비스 이용료 25달러까지 합치면 상당히 부담스런 금액이지만 딘 부부는 비싼 특수 시계를 살 정도로 자녀 과보호 편집증이 있는지도 모른다고 시인한다. 트리나 딘은 “그래도 신용카드로 800달러를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어 주문한 것”이라며 “딸의 안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딘 부부만이 자녀안전을 위해 위치추적시계를 구입한 것은 아니다. 레드우드 쇼어즈에 있는 훼리파이와이어리스(Wherify Wireless Inc.)에 따르면 자사가 개발한 아이들의 GPS 개인 위치추적기가 다음달 이후 판매에 들어갈 예정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수천명의 고객이 주문한 상태라고 밝혔다. 매주 아이 실종과 유괴 기사가 신문을 장식하고 있어 훼러파이를 포함한 위성 위치추적장치 제조업체 앞으로 소비자와 언론의 문의나 주문전화가 쇄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훼러파이와 경쟁사인 디지털에인절(Digital Angel Corp.), GPS트랙스(GPS Tracks Inc.) 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자 전미 실종 및 피학대 아동센터(National Center for Missing and Exploited Children)는 부모들에게 값비싼 하이테크 기기를 구매하지 말라고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이 센터는 대신 아이들에게 위험을 인식시키고 사전에 피하는 방법을 교육시켜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미국 긴급수배자(America’s Most Wanted)’ 프로그램의 진행자 존 왈시가 설립한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소재 이 센터는 미 전국범죄통계 자료를 인용, 아동유괴는 언론이 이런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흔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아동납치 통계가 잡혔던 기간의 마지막 해인 99년 아동유괴 발생건수는 115건으로 지난 80년대의 연간 아동유괴건수 200∼300건에 비해 줄어들었다. 미 연방수사국(FBI) 전국범죄정보센터는 지난해 아동실종 사건이 대부분 가출이나 친지 유괴로 그 건수는 72만5000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센터 어니 앨런 최고경영자(CEO) 겸 사장은 첨단 위치추적기기를 전적으로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목격했던 경험으로는 자녀 안전을 지키는 데 부모의 감독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 안전기기들이 대부분 부모의 두려움을 이용하는 제품”이라며 “첨단기기가 저렴하거나 합당한 가격에 판매돼 많은 가족이 이용할 수 있다면 그런 기기들을 적극 지지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앨런 사장의 이같은 경고에 대해 딸 폴리 클라스가 93년 페탈루마 집에서 납치, 살해됐던 아버지 마크 클라스는 격분했다. 그는 훼러파이에 대해 경제적으로 전혀 이해관계가 없지만 훼러파이의 위치추적장치가 그의 이른바 ‘아동 포식자들과의 전쟁’에서 중요한 무기라고 역설했다.

 사우살리토에 있는 클라스 아동재단(KlaasKids Foundation)을 설립한 클라스는 “만약 내 딸이 그런 기기를 차고 있었더라면 지금도 살아 있을지 모른다”며 “부모가 자식의 안전을 얼마나 신경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애들의 생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들의 실종을 막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동 위치추적장치를 판매하는 회사들은 자신들이 부모의 두려움을 자극해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기 위해 판매한다고 강변하고 있다. 훼러파이의 GPS 개인위치추적기는 아이의 팔목에 차는 고무처리된 두툼한 손목시계다. 이 시계는 누군가가 허락없이 이 시계를 제거하거나 밴드를 자르려고 하면 911 긴급전화를 자동으로 걸며 만약 아이가 미리 정한 구역 밖으로 나갈 경우 경고음을 보내도록 프로그램돼 있다. 이 기기의 ‘공황 버튼(panic button)’을 누르면 아이는 자동으로 911로 연결된다. 이 기기는 지난 70년대 말 미 국방부가 항공운항도구로 지구궤도에 쏘아올린 24개 위성그룹인 위성 위치추적시스템(GPS:Global Positioning System)을 이용하고 있다. GPS 수신기는 무선신호를 위성 3개로부터 받아 삼각측량법에 의해 지상의 수신기 위치를 몇 피트 오차내에서 찾아낼 수 있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