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이어 국가경영도 정보기술(IT)을 도입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른바 전자정부다. 또 IT를 응용하는 분야도 최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하는 업무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은 기본이며 국민들의 개인 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최근에는 선거 등 정치분야에도 IT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효과를 보이는 것은 역시 서비스 분야. 미국과 영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보건·의료 등의 서비스를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는 것이 이미 보편화된 상황이다. 또 최근에는 아시아·중남미의 개발도상국에서도 서비스 분야에 IT를 접목하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IT컨설팅 회사 가트너그룹은 이들 가운데 멕시코 정부가 운영하는 은행 네이핀(Nafin)을 금융 분야에서 IT를 도입해 성공한 모범 사례로 꼽고 있다. 이 회사가 최근 펴낸 보고서 ‘금융과 IT의 만남:멕시코 네이핀 은행의 사례’를 소개한다. 편집자
멕시코 정부가 운영하는 금융 서비스 회사 네이핀(Nafin)은 금융기관들이 IT를 활용해 중소기업(SMB)을 도울 수 있는지 모범답안을 보여주고 있다.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 북쪽으로 800마일 정도 떨어져 있는 치화후와의 시골에서 캔 상품들을 제조하는 후앙 곤살레스라는 기업인을 예로 들어보자. 이 사람은 생산 제품(캔)들을 대형 소매업체와 자체 소매점포를 운영하는 연방 정부의 사회복지기관(ISS:Institute of Social Service)들에 공급한다.
과거에는 대개 일주일에 세 번씩 비즈니스와 관련된 서류(고객에 대한 계산서 제출, 수금, 자사 공급업체에 대한 대금 지불, 정부 관련 거래 수행)를 제출하기 위해 주도인 치화후와 시내까지 차를 몰고 가야 했다.
곤살레스는 이런 서류 업무의 부담과 함께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품질의 중요성이나 비즈니스 확대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고, 다른 대형 소매업체나 정부 기관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 몇 가지밖에 없었다.
이러한 문제들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최근 네이핀 은행이 구축한 ‘종합 금융 정보망’에 의해 대부분 해결됐다.
곤살레스는 이제 품질 개선 및 비즈니스 확장에 관한 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다. 또 법률이나 금융에 관련된 문의를 할 때에도 네이핀 은행의 중소기업 담당자에게 의뢰해 48시간 이내에 답변을 들을 수 있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변화는 이제 신용 대출을 할 수 있고 이전에 외상 대금을 결제할 때까지 묶여 있던 자금을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일 것이다.
◇금융조달의 어려움
남미에서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은 결코 쉽지 않고 비용도 많이 든다. 또 복잡한 관료주의, 과도한 규제, 높은 세금, 정보 부족과 부적합한 인프라 및 정부의 부패 등을 해결해야 한다. 특히 대출 가용성과 비용은 남미의 기업들, 그 중에서도 중소기업들의 경우에 가장 골치 아픈 문제가 되곤 한다.
그러나 중소기업 부문은 전세계적으로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기 때문에 이들의 성장을 촉진하는 것은 수많은 정부와 비정부 조직의 주요 관심사다. 멕시코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멕시코 재무부는 멕시코에 약 60만개의 소규모 기업들(영세기업 및 중소기업)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이는 멕시코 등록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있다.
전형적인 멕시코 중소기업들은 영업 자본의 65%를 가계 저축과 기타 개인 자금을 통해 마련하며 은행과 기타 금융업체로부터 얻어 쓰는 것은 1%에 지나지 않는다. 멕시코 기업들의 중요한 자금 조달원 중 한 가지는 규모에 관계없이 외상 매입금이다. 대금 지급에는 보통 30일에서 90일의 시간이 걸리며 때로는 그 이상의 시간이 경과되기도 한다. 멕시코에서 중소기업 대출의 62%는 공급업체에 의해 연장된다.
합법적 등록 업체들보다 세 배 이상 많은 미등록 영세업체 및 중소기업들의 상황은 더욱 어렵다. 이들 업체는 비공식 경제에서 활동하며 개발 자금 및 신용 대출의 어려움으로 고생하고 있지만 공식적인 금융 및 경제 시스템을 통한 기회를 얻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목적
네이핀은 지난해 ‘종합금융정보망(http://www.nafin.com 또는 http://www.nafin.gob.mx)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두 가지 기본 목표를 설정했다. △40만 중소기업(등록된 멕시코 중소기업들의 70%)에 2004년 말까지 신용 대출 제공 △2002년 연말까지 업무를 완전 전산화함.
◇방법
네이핀은 멕시코 전자정부 모델과 통합할 수 있는 전략 기술 계획을 수립한 뒤 멕시코 정부 기관들의 모범 관행으로 확립시켰다. 이 계획은 네이핀의 IT 전략을 조직 목표와 연계시키고 있다. 핵심 목표 중 하나는 저렴한 전자적 채널인 인터넷에 개설한 고객지원 센터를 서비스 제공 및 개선을 위해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멕시코 SMB의 발전 촉진과 자금 조달, 교육 및 기술 지원 수요 해결을 위해 네이핀은 ‘생산자 체인(cadenas productive)’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이 계획은 멕시코 공급망의 통합을 모색하는데 특히 대기업 및 연방 정부, 지방자치단체들과 관련돼 있는 공급망을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을 벌였다.
전자적 채널, 특히 인터넷의 활용은 네이핀으로 하여금 이전 같으면 접촉도 못했을 많은 기업들에 자금 대출을 제공할 수 있게 해 준다. 생산자 체인에 관련된 대기업 모두를 통합하는 일은 전적으로 디지털 방식을 활용해 이루어진다.
네이핀은 생산자 체인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각각의 대기업들을 위해 전용 페이지를 제공한다. 프로그램은 민간 기업과 연방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공급 업체들을 ‘고리’로 묶는다. 각각의 고리는 대형 구매자에 연결돼 비즈니스 관계를 갖고 있는 모든 기업들의 자격을 시사하고 이 연결 고리에의 참여를 유도한다. 네이핀의 고객 센터는 지원 및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생산자 체인은 중소기업들을 위한 다음과 같은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팩터링=대금 지급자가 수수료나 보증 요건 없이 중앙 은행 금리(대개 일반 시중 은행 금리보다 8% 낮음)보다 5% 높은 이율로 미지급 대금액과 동일한 자금을 이용할 수 있다. 자금은 대금 결제인의 은행 계좌로 이체되면 은행이 채권자가 된다. 곤살레스를 예로 들면 인터넷을 이용해 자신이 조금 전에 멕시코시티의 대형 소매업체에 납품한 1000개의 토마토 캔에 대한 송장(인보이스)에서 1000달러를 이체할 수 있다. 이 금액을 거래은행(Banorte)에 있는 자신의 당좌 예금 계좌에 이체하면 생산라인 운영을 위해 필요한 장비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자금 조달=네이핀 수수료나 보증금 없이 고정 이율로 만기일까지 확인된 미결제액의 50%까지 자금을 제공한다. 자금은 고객(기업)이 지정한 은행 계좌로 자동 이체되고 은행이 채권자가 된다. 따라서 계산서가 작성되고 나면 바로 미수금 청구를 통해 지급을 이행할 수 있다.
소매업체의 송장(인보이스)에 대해 현금 결제를 함과 동시에 곤살레스는 다음달 공급하게 될 500개의 토마토 캔에 대한 주문서(오더)만으로 250달러를 추가 대출할 수 있다. 이 금액은 곤살레스가 해당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필요한 원자재를 구매하는 데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대출 요청, 정부 조달 참여, 인증 획득 방법 및 서비스 품질의 개념 등에 대한 온라인 강의를 웹사이트(nafin.com)에서 이용할 수 있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네이핀이 제휴하고 있는 고등 교육 기관들(예:멕시코 국립 개방대학 등)이 제공하는 강좌를 할인된 요금으로 수강할 수 있다. 인터넷에 연결돼 있는 동안 곤살레스는 이 웹사이트(nafin.com)에서 ‘서비스 품질’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기술 지원=참가자들은 비즈니스 관련 질문에 대해 48시간 이내에 전자우편을 통한 답을 들을 수 있다. 곤살레스는 자신의 전자우편을 확인하고 세금 면제 신청 방법에 대한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게 된다.
△정보=참가자들은 생산자 체인에 등록돼 있는 회원사들에 대한 동정과 멕시코 정부의 전자 조달 사업인 컴프라넷(Compranet)이 제공하는 최신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자신의 전자우편을 확인할 때 곤살레스는 사회복지센터(Institute of Social Services)로부터의 통조림 식품 입찰 요청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시간이 날 때 이를 검토한 후 입찰 참가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결과
△현재 5만 개 이상의 중소기업이 생산자 체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40개 이상의 통합체인(이 중 47%는 민간 부문)이 구축됐다. △지난 5월부터 월 대출금액이 1억달러를 돌파했으며 이 가운데 무려 98%가 중소기업과의 거래였다. △생산자 체인 거래는 이제 네이핀 금융 거래의 43%를 차지한다. △멕시코의 시중 은행들도 대부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완전한 전산 운영이라는 원래의 목표를 달성했다. △네이핀은 2001년 순소득이 전년 대비 27.13% 증가했고 전체 대출 합계액도 64.61% 증가했다.
◇성공 요인과 교훈
저비용 채널과 기업과 연계한 IT 아키텍처를 활용하면 금융 서비스 업체들이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경제 발전을 위한 훌륭한 조언자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특히 물리적 채널을 유지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국토가 넓은 국가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생산자 체인은 멕시코의 주요 경제 주체들 중 일부와 연계하고 기술을 현명하게 이용해 중계 수수료를 줄이고 대출 서비스를 보다 손쉽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중소기업 분야에 널리 보급됐다.
이 기술을 토대로 한 민간 및 공공 분야 및 지식 창출 센터간의 시너지 효과는 정치·사회 및 경제 여건이 어려운 국가에서의 발전을 유인하는 ‘위대한 고리’를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각 파트너들이 자체 경쟁력을 프로젝트에 투입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네이핀은 대출 전문가, 기술 및 금융 자원의 관리를 맡고 민간 및 공공 부문의 대형 업체들도 가치 사슬(밸류체인)에서 파트너들에 대한 자사의 지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네이핀에는 구현되지 않았지만 생산자 체인이 제공하는 것들을 민간 및 공공 전자 마켓플레이스에 통합해 더 많은 참가자와 파트너들의 지식을 확보함과 동시에 지불 및 금융 서비스를 통해 외부조달(아웃소싱) 기회를 현실화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가트너의 권고
다른 나라 정부 및 민간 부문에서도 네이핀의 생산자 체인 운동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가트너는 특히 다음 사항을 권고하고자 한다.
△공공 분야에서는 효율 증가, 신뢰 구축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해 조달 관행에 전자 지불 기능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정부는 부패와 탈세 방지를 위해 사업자 등록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금융 및 대출 서비스를 전자 마켓플레이스에 통합해 외부조달(아웃소싱) 오퍼를 작성하고 파트너를 확대해야 한다. △금융기관(FSP)은 유형적 자산에 투자하지 않고도 규모와 영업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전자 대출 프로세스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비공식 경제에서 운영되는 기업들은 공식 경제에 참여함으로써 누릴 수 있는 대출 가용성과 수입 창출 가능성을 감안해 성장 기회를 파악해야 한다. △중소기업들은 전자적 접근을 통해 은행점포가 없는 곳에서도 대출을 받고 자본을 조달하는 데 따른 가치와 기회를 이해해야 한다. △중소기업들은 IT를 활용해 얻을 수 있는 네트워크 연결, 정보 흐름 및 지식 구축 등의 이점을 인식해야 한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