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기기 속으로!’
미국에서 가정용 디지털 비디오 저장장치(PVR)와 TV·PC·휴대폰의 통합이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C넷(http://www.cnet.com)에 따르면 핵심부분인 하드드라이브의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다른 기기에 PVR를 장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PC부문에서는 PVR의 기능을 지원하는 운용체계(OS)·반도체 등이 선보일 예정이어서 PVR와 PC의 통합은 기존 컴퓨팅 환경에도 큰 변화를 몰아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PVR란=가정에서 (개인용도로) TV프로그램을 저장해 시청할 수 있는 장치로 주로 하드드라이브와 TV튜너카드, 채널안내 프로그램, 모뎀 등 4개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PVR는 일반 TV수상기에 디지털 기능을 부가한 제품으로 TV프로그램을 아날로그 비디오 테이프가 아닌 하드드라이브에 저장할 수 있어 시청자들이 원하는 시간에, 마음대로, TV프로그램을 녹화해 재생할 수 있다. 또 프로그램의 제목이나 배우, 감독 이름만 입력해 두면 검색기능을 통해 보고자 하는 프로그램이 저절로 녹화된다. 뿐만 아니라 순간 정지, 광고생략 기능 등을 갖고 있어 현재 방송 환경에 격변을 몰아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른 기기와 통합현황=최근 가장 빠르게 통합이 진행되고 있는 분야는 TV 등 가전 분야다. 이는 현재 진행형으로 PC와 달리 저장매체가 없는 TV수상기와 PVR의 만남은 TV의 지능을 올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필립스의 관계자는 “PVR가 TV에 두뇌와 같이 생각하는 부분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밖에 일본 NTT도코모는 ‘i모드’ 서비스를 이용해 TV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PVR 기술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PC와 PVR의 통합은 관련 업계에서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두 기기간 통합은 현재의 컴퓨팅 환경에 엄청난 변화를 몰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소프트웨어 등 관련기술 발달과 맞물리면서 PVR와 PC의 통합은 PC를 더 이상 컴퓨터 분야가 아니라 통신·방송 등 미래 정보화의 핵심기기로 자리매김시켜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강조한 OS인 ‘윈도XP 미디어센터에디션’을 올 연말 내놓을 예정인데 여기에다 PVR의 기능을 살려주는 인텔의 X스케일 칩을 부가할 경우 소비자들은 PC를 이용해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며 TV까지 완벽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인텔의 숀 말로니 부사장은 “PC가 더 이상 PC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합 배경=PVR는 티보와 리플레이TV를 미국 방송 및 가전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벤처 업체로 부상시키는 데 한몫을 했다. 그러나 PVR 단독으로는 수요가 정체를 보이고 있어 다른 기기와 통합이 불가피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양키그룹의 애널리스트 아디트야 키쇼어는 “PVR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다. 그러나 만족도는 측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PVR 미래에 부정적 측면을 거론하면서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은 다른 기기와 함께 판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PVR가 다른 기기에 ‘녹아들 때’에만 기회가 열린다고 덧붙였다. 실제 통합을 통해 PVR의 판매는 향후 3년안에 15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다 100달러 미만으로 떨어진 하드드라이브 가격도 PVR와 다른 기기의 통합을 부추기고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