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자연사박물관이 없는 나라다. 굳이 경제성을 떠나서라도 자라나는 어린이들이나 학생들을 위해 이런 자연사박물관이 이미 여러 곳에 설립됐어야 한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고대 자연사에 대한 자취를 다양하게 갖고 있는 미국이나 중국·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대도시에 하나꼴로 자연사박물관을 갖추고 교육의 자료로,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다.
고대 생물의 화석이 주로 북미와 남미·중국·몽골 등의 국가에서 풍부하게 발견되다보니 자연사박물관이 없는 것을 당연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는 이번에 수해를 맞은 경북 함안지역과 고성, 시화호 주변, 태백산맥 등에서 다양한 화석들이 발견되고 있다. 그것들 중에는 세계적으로 연구대상이 될만한 귀중한 자료도 많다. 그러나 귀중한 유물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없다보니 공사장 한켠에 방치되거나 유실되는 사례도 가끔보게 된다. 자연사 관련 학자가 상대적으로 적고 정부기관의 출연순서에서도 경제논리에서 밀리다보니 선진국 문턱에 다다랐다는 국가가 변변한 자연사박물관 하나 없는 국가가 돼버린 꼴이다. 정책입안자들은 자연사박물관이 없다는 것은 과학에 대한 국가적 비전이 없다는 것과 같다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봐야 할 것 같다.
허진수 서울 마포구 상암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