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통신과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의 단속조항을 놓고 정부와 국회가 다소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번 정기국회 이전에 어떻게 조율될지 주목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27일 전기통신상의 불건전 정보를 규제하는 단속조항인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불온통신의 단속에 대한 개정안’에 대해 명확성의 원칙, 과잉입법금지의 원칙,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을 이유로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정보통신부는 헌법재판소의 취지를 수용해 현행법에 불법이라고 명백하게 명시돼 있는 조항만 규제하기로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놓았다. 예를 들어 음란한 내용의 전기통신·명예훼손·사이버스토킹 등 현행법상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정보만을 규제대상으로 하겠다는 얘기다. 또 장관의 명령권에 의해 이용정지나 이용제한 등의 조치를 당하게 될 정기통신이용자에 대해 행정절차법상 사전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적으로 보장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결국 정통부는 ‘불온통신’을 ‘불법통신’으로 대체하고 불법유형을 개별적으로 명시하는 선에서 기존 법을 개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이종걸 의원은 아예 53조를 삭제하는 방법을 내놓았다. 제53조 자체가 사전검열을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이번 정통부에서 내놓은 금지 개별 유형에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활동을 수행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이란 내용도 들어 있다. 이 의원은 이와 함께 제53조에 명시된 ‘불온통신’을 ‘불법통신’으로 대체하고 불법통신의 구체적인 예를 제시해 위헌성을 제거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물론 이 의원은 삭제하는 안에 더 관심이 많으며 ‘불법통신’으로 대체하고 구체적인 예를 적시하는 방안은 차선책이다.
현재 제53조를 아예 ‘삭제하자’는 의견은 ‘인터넷 국가검열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그러나 “학계와 시민단체·정부 관계자가 참여한 가운데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공청회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의원이 두 가지 안을 내놓고 있어 이들 두 가지 안은 정부와 국회간 조율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 이번 정기국회 개회 이전에 단일 안이 도출될 가능성이 많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