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광디스크 표준공개로 도시바와 NEC 진영은 소니·마쓰시타 진영과 치열한 표준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시장을 선점한 소니 등에 비해 도시바·NEC가 결코 뒤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도시바와 NEC가 차세대 DVD 등 고용량 광디스크 관련 기술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바와 NEC가 합의한 광디스크는 최대 40Gb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어 소니와 마쓰시타 등이 제안한 50Gb보다 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세대 광디스크에 관한 한 세계 업계 관계자들은 도시바·NEC측의 손을 드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도시바·NEC의 또 다른 강점으로는 비디오 소프트웨어나 디스크 등의 제작자들로 구성된 단체인 ‘DVD포럼’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도시바·NEC는 규격을 비회원업체에도 공개해야 한다는 포럼의 원칙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소니·마쓰시타와 달리 포럼으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DVD포럼에서 기술규격을 공개함으로써 도시바·NEC는 다른 제조업체들을 어렵지 않게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표준경쟁에서 ‘자기 진영 끌어들이기’가 관건이라면 그동안 소니·마쓰시타 쪽을 향한 업체들의 고갯짓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소니와 마쓰시타 진영이 내부에서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소니는 다음 회계연도까지 차세대 광디스크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시장 주도권을 능동적으로 행사하자는 전략이다. 하지만 진영내 일부 업체들은 실질적으로 제품이 나오는 시점에 맞춰 오는 2007년까지 기다리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다분히 도시바·NEC를 의식한 말이다. 일부 소니·마쓰시타 진영 참가업체 관계자들은 “기술적으로 우월한 다른 표준을 기대한다”고 내놓고 말하고 있다.
경쟁과 관계없이 양 진영간 분열은 차세대 광디스크의 보급을 가로막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두 표준이 호환성을 갖고 있지 않은 데다 어차피 단기간에 끝날 승부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 경우 차세대 광디스크 시장은 DVD 리코더 때와 똑같은 함정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