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서 사용되는 각종 전자 제품을 하나의 리모컨만으로 모두 작동시킬 수는 없을까.
미 가전협회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가정에서 사용하는 리모컨은 각각 최소 4개 이상. 전자제품마다 별도의 리모컨을 사용하는 데 따르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마야디자인스와 카네기멜론대가 2개의 전등, 1개의 환풍기, 5개의 CD 체인저가 부착된 오디오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PUC(Personal Universal Controller) 시제품을 개발, 통합 리모컨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AP의 보도에 따르면 마야디자인스와 카네기멜론 공동연구팀 이외에도 위스콘신대학 등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차세대 리모컨을 개발중이다.
마야디자인스의 창업자이며 최고경영자인 피터 루카스는 “소비자는 개별 기기가 아닌 방 전체를 작동시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차세대 리모컨은 기존의 리모컨 형태를 벗어나 인공지능에 의해 상호작용하고 기기간 프로그램 입력이 가능하도록 설계되고 있어 휴대폰이나 PDA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첨쳐진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통합 리모컨 개발에는 아직 많은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리모컨은 적외선 펄스를 이용해 전자제품과 통신을 하는데 이 방식은 각 기능마다 펄스의 조합이 다르고 두가지 이상 기기가 같은 펄스에 반응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점이다.
또 통합 리모컨은 프로그래밍이 까다롭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이를 받아들일 지도 의문이다.
이와 관련, 루카스는 “가전제품에 기능이 추가되면 통합 리모컨 사용이 더욱 불편해진다”며 “VCR에 시간 입력마저 어렵게 생각하는 소비자가 이런 리모컨을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컴팩 아이팩을 기반으로 개발된 마야디자인스의 PUC는 이용방법을 배우는 데 많은 시간을 필요하지 않도록 설계했으며 스테레오 작동속도를 2배 빠르게 하고 손으로 조작하는 것보다 실수 확률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도록 했다.
물론 PUC에 채택된 기술도 일반화되기까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 문제점이다. PUC는 번역기 역할을 하는 노트북 PC에 의존하는데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오디오기기의 LED 디스플레이와 적외선 센서를 연결시켜 데이터와 명령어를 전달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또 램프와 팬 조작에는 홈 오토메이션 장비인 X-10 트랜스미터를 활용한다.
또 애널리스트들도 가전기기에 인공지능과 상호교신에 필요한 기술을 장착하려면 10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IDC의 애널리스트인 셀리 올하바는 “기술은 존재하는데 이를 제품에 통합시키는 방법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익률이 떨어지는 가전업체들에 10∼40달러대에 이르는 무선 칩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이며 사용자들이 300달러대에 이르는 개인정보단말기 리모컨을 구입할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문제가 되는 것은 상호교신 기술에 대한 제조업체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마이크로소프트의 ‘유니버설 플러그&플레이’,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지니’, 양방향 적외선 등 수십개의 표준이 난립하고 있다는 점이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