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용 소프트웨어 시장에 지각 변동이 오나.
세계 최대 개인용컴퓨터(PC)업체인 휴렛패커드(HP)가 PC단가를 낮추기 위해 값비싼 마이크로소프트(MS) 제품 대신 코렐의 제품을 사용하기로 해 큰 파장이 예상된다.
27일 C넷에 따르면 HP는 자사의 소비자용 PC인 ‘파빌리온’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로 MS 제품 대신 코렐의 제품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HP의 모든 ‘파빌리온’에는 내달부터 코렐의 사무용 소프트웨어인 ‘워드퍼펙트 프러덕티버티 팩’이 내장, 출하된다. 지난 2분기 세계 PC시장에서 462만대(15.5%)의 판매량으로 세계정상을 차지한 바 있는 HP는 미국 소매시장에서도 과반 이상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어 이번 움직임으로 캐나다 소프트웨어업체 코렐의 사무용 소프트웨어 시장 입지는 크게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렐이 HP에 제공할 ‘프로덕티버티 슈트’(Productivity Suite)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와 비슷한 제품으로 워드프로세스 소프트웨어인 ‘워드퍼펙트’(WordPerfect)와 표계산 소프트웨어인 ‘쿼트로프로’(Quattto Pro)로 구성돼 있다. 이전에 HP는 ‘파빌리온’에 MS의 오피스 축소형 제품인 ‘웍스’(Works)를 내장했다.
코렐 전략담당 부사장 스티브 헉은 “HP와 협력을 확대, HP의 또 다른 소비자용 PC인 ‘프리자리오’에도 워드퍼펙트를 내장하기 위해 협상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하며 “지난 수년간 HP와 이번 협상을 추진했는데 앞으로 워드퍼펙트 사용자가 현재보다 두배나 많은 300만명이 추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드퍼펙트’ 소매 버전의 가격은 ‘오피스XP’보다 100달러 정도 저렴한데 소비자 지향 워드퍼펙트 패키지 경우 웍스보다 30달러 정도 싼 형편이다. HP의 이번 대전환은 PC메이커들이 얼마나 원가절감에 부심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최근 프로세서·하드드라이브·메모리 등의 PC부품들이 기록적으로 하락했지만 오피스 가격만은 높은 채로 남아 있어 그간 PC메이커들에 있어 불만의 대상이었다. e머신즈의 ‘T1221’이라는 컴퓨터 가격은 475달러인데 반해 오피스XP의 표준형 홈 버전은 이보다 4달러나 높은 실정이다.
HP외에도 세계 PC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소니가 자사의 고가형(하이엔드) PC와 저가형 PC에서 워드퍼펙트를 지원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오피스XP로 변경하기 원할 때는 470달러를 더 받고 있다. 또 1분기에 세계 노트북 시장 정상자리에 오른 도시바는 로터스의 ‘스마트 스튜’를 지원하고 있으며 델컴퓨터도 작년 10월 이후 자사의 예산절약형 PC인 ‘스마트스텝’에서 코렐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HP의 코렐 제품 사용에 대해 MS는“우리는 전세계에 3억명에 달하는 오피스 사용자를 가지고 있다”며 “별로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MS와 수년간 경쟁하고 있는 워드퍼펙트 소프트웨어는 90년대 중반 노벨에서 이를 인수했다가 지난 1996년 다시 코렐에 매각됐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