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렛패커드(HP)와 컴팩의 합병으로 탄생한 통합HP가 처음으로 실적을 발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진한 ‘성적표’를 기록했다.
28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HP는 지난 7월 31일 끝난 3분기(5∼7월) 결산에서 20억3000만달러(주당 67센트)의 적자를 냈다. 매출도 작년동기 양사의 매출액 182억달러보다 9% 적은 165억달러에 그쳤으며 퍼스널시스템·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서비스·이미징&프린터 등 사업 전분야에서 앞분기보다 매출이 감소했다. 하지만 합병 및 기타 구조조정 비용 24억달러를 제외하면 4억2000만달러의 이익을 냈다. 기업재무평가 전문기관인 퍼스트콜은 HP가 167억달러의 매출에 주당 14센트의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해왔다. HP측은 “합병 후유증 때문에 매출이 저조한 것이 아니라 법인 및 개인 고객의 수요가 저조한 탓”이라며 “현재까지 인원을 4740명 감축했는데 10월말인 2002회계연도말까지 총 1만명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분야 매출 감소=소비자 및 기업용 PC와 노트북·워크스테이션·핸드헬드(PDA)가 속해 있는 퍼스널시스템 분야의 3분기중 매출은 48억달러로 앞분기보다 18% 그리고 작년 동기보다 19% 감소했다. 이중 소비자 PC 매출은 작년과 비교해 20%, 기업용PC는 15% 정도 줄었다. 또 서버·소프트웨어·스토리지 제품이 속해 있는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부문 매출은 38억달러로 앞분기보다 8%, 작년동기보다 22% 하락했다. 그리고 IT시장의 총아로 부상하고 있는 서비스 매출은 30억달러로 역시 앞분기보다 3%, 일년전보다 7% 감소했으며 이 회사의 최대 효자 아이템인 이미징&프린팅은 47억달러를 기록, 유일하게 일년전보다 매출이 10% 늘었지만 앞분기보다는 3% 적었다.
◇피오리나, 합병후 첫 공개적 모습 드러내=컴팩과의 합병을 어렵게 성사시킨 피오리나 HP 최고경영자는 지난 5월 7일 컴팩과의 합병식 이후 공개적 모습을 전혀 드러내지 않다가 이번 실적 발표와 함께 애널리스트들과 처음으로 접촉을 가졌다.
그는 애널리스트와의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합병 이후 100일간 줄곧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하반기 목표 달성을 위해 매진중”이라고 말하며 “HP가 컴팩을 인수한 것처럼 경쟁업체들도 비슷한 압력을 받고 있는데 선이 리눅스 서버를 판매한 것과 델이 리셀러에 PC를 판매하고 IBM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를 인수한 것은 다 그같은 이유”라고 언급했다.
“우리는 합병 성공을 위해 신속히 그리고 단호하게 움직였다. 그 결과 통합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한 그는 요즘 IT업계의 핫이슈 중 하나인 스톡옵션의 비용처리 문제에 대해 “당장은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지만은 장기적으로 고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HP는 지난 1964년 처음으로 스톡옵션제도를 시행, 7월 31일 현재 액수가 4억7000만달러에 달하고 있는데 이중 경영진들이 보유한 양은 5% 이하로 알려졌다. 한편 HP의 주식은 지난 5월 7일 이후 현재 23% 하락했지만 경쟁업체인 델은 같은 기간에 21% 올랐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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