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벤처산업 소생의 길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미시경제실장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각광받은 벤처산업이 최근 크게 위축되고 있다. 창업투자회사들의 벤처투자 실적이 크게 감소하고 있고 창투사 수, 투자조합 결성 금액 등도 하향 추세다. 벤처기업 수 역시 지난해 말 1만1392개를 정점으로 줄어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벤처기업이 사회 일부에서 비리의 온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이다. 벤처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의식해 정부의 일부 부처에서는 벤처지원 담당부서 기능을 축소하고 있을 정도라니 불과 몇 년 전의 벤처 열풍이 한낱 유행처럼 스쳐지나는 느낌이다.

 하지만 21세기 지식기반 경제시대에 한국 경제가 경제선진국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벤처산업육성책이 결코 일과성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벤처산업은 신기술과 신사업 모델의 첨병 노릇을 함으로써 신산업의 씨앗이 되고 경제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적 전환기에 처해 있는 벤처산업을 소생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벤처 정신을 재확립해야 한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며 현실을 개선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도전’과 ‘창조적 파괴 정신’이 살아나야 지금과 같은 벤처산업에 대한 회의와 무관심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때 붉은 악마들이 보여준 것처럼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에 도전하고 기존 관념과 타성을 뛰어넘는 ‘붉은 혼(red spirit)’이 벤처산업에 접목돼야 한다.

 둘째로 우리 벤처기업들은 새로운 산업영역을 개척해야 한다. 앞으로 국내 벤처산업은 IT 중심에서 다양한 산업영역으로 크고 넓게 확장돼야 한다. 다행히 월드컵은 새로운 벤처산업 영역을 넓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했다. 세계 최대의 스포츠 제전인 월드컵은 국내 IT산업의 위상을 한층 드높였을 뿐만 아니라 캐릭터·방송콘텐츠 같은 문화산업, 국제 이벤트 등 스포츠 관련 산업, 레저관광산업 등이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놨다. 미국 나스닥에 ‘커피 한잔의 신화’를 이룩한 스타벅스사와 프로레슬링 프로모션사까지 등록돼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개척해야 할 벤처 영역이 얼마나 광범위한가를 일깨워준다.

 셋째, 벤처기업들은 시장이 넓고 경제적 성과가 높은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벤처기업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로 매우 미약한 수준이지만 벤처기업의 해외 진출 가능성은 매우 큰 것으로 평가됐다. 대기업이나 다른 중소기업들의 수출증가율이 올 상반기 현재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5.5%와 0.2%에 머문 반면 벤처기업은 25%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벤처산업이 보다 성공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연구개발 등을 통해 세계 일류상품을 개발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와 함께 상품 특성과 가치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월드컵을 통해 국가 이미지와 국내 대기업들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 점을 활용해 제품 개발이나 마케팅에서 대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는 것이 이에 대한 한 방안이다.

 국내외 기술 및 마케팅 전문가들과 해외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일 역시 벤처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다. 특히 월드컵을 계기로 동포애가 고취된 외국 교포들을 중심으로 한 ‘한민족 벤처 네트워크’를 서둘러 구축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벤처산업이 소생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영리더십이 확립돼야 할 것이다. 코스닥 등록을 통해 투자 차익을 노리는 ‘머니게임’이 아닌 상품의 독창성과 우수성으로 경영의 성패를 거는 리더십이 요구되는 것이다. 벤처리더십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과 시장 변화에 대한 통찰력으로 기업의 비전과 수익모델을 제시하는 한편 기업이 발전하는 단계에 맞춰 경영시스템을 효과적으로 바꿔나갈 수 있는 전략적 마인드를 키워야 한다. 벤처산업을 중흥시킬 수 있는 창조적 벤처기업가가 끊임없이 태어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