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지갑 다시 열린다

 개인정보 보호기능 미흡 및 프로그램간 호환성 부족 등으로 네티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던 전자지갑(e-Wallet)이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C넷(http://www.cnet.com)은 29일 인터넷 최대 소매 사이트 아마존과 오프라인 소매상 타깃의 협력을 계기로 전자지갑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이 달 중순 아마존과 타깃은 온라인 쇼핑 분야에서 협력키로 했다고 밝혔다. 아마존 고객들이 타깃의 웹사이트에 접속해 타깃의 다양한 상품을 살 수 있도록 된 것이다.

 ◇전자지갑이 잊혀진 이유=전자상거래 초기 전자지갑은 전망있는 부문으로 각광받았다. 온라인 상품구매에 반드시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이라는 판단아래 신용카드 업체, 소프트웨어 업체, 포털 업체들이 앞다퉈 이 시장으로 몰려들었고 소비자들 역시 기꺼이 신용카드 등 개인정보를 제공했다.

 그러나 개인정보 누출로 인한 사기 등 사고가 빈발하면서 소비자들이 먼저 움츠러들었다. 소매사이트들은 포털 등 직접 관련없는 부문들이 소비자 데이터에 접속하는 것을 반대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사후약방문’이었다.

 호환성 부족도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소비자들에게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앞에 놓고 선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고 특히 프로그램간 호환성 부재는 한층 더 골칫거리였다.

 이어 아마존 등 일부 소매사이트들이 판매품목을 넓혀 한 사이트에서 다양한 상품을 살 수 있게 되면서 “전자지갑은 불필요하다”는 개념이 확대됐고 일부 업체들이 전자지갑 사업을 포기했다.

 이 과정에서 소매사이트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심화됐다. 그러나 품목 확대는 한계가 있었고 사이트간 협력이 필요해지면서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다시 전자지갑을 찾기 시작했다.

 ◇전자지갑이 재부상하는 배경=전자지갑에 스폿라이트가 다시 돌아온 가장 큰 이유는 정보보호 등 관련 기술의 발달과 함께 전자상거래 인구가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마존과 타깃의 제휴는 이같은 환경변화를 함축하고 있다. 두 업체간 제휴는 표면적으로 과거 온라인 쇼핑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적으로는 엄청난 변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을 할 때 사이트마다 새로운 정보를 입력해야 했던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한번의 정보 입력으로 다양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전자지갑은 가장 큰 역할을 수행한다.

 ◇업계 현황=전자지갑은 일반의 기억에서만 잊혀졌을 뿐 시장전망을 읽은 관련 업체들간 경쟁은 전혀 사그러들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AOL·야후·아마존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야후는 포털에 입점한 사이트를 대상으로 전자지갑 프로그램을 제공중이며 특히 AOL은 285개 입점 사이트들에 ‘퀵체크아웃’이라는 전자지갑 프로그램을 연결시키는 한편 자유연합을 통해 노키아·e베이 등과 손잡고 숙적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MS는 “데이터 흐름을 단일 업체가 틀어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인증 서비스 패스포트를 앞세워 전자지갑 시장 강자로 부상했다. 패스포트는 이미 이용자가 1400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는 패스포트가 일부 XP기능은 물론 핫메일의 e메일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개발자 사이트, 혹은 다른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가도록 해놓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MS가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말도 된다. MS는 올 가을에는 은행들에 ID를 제공하는 등 계속해서 패스포트를 밀어붙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제=시장조사업체인 포레스터리서치의 애널리스트 케이트 델라겐은 “원클릭 쇼핑을 할 수 있다면 전자지갑은 인기를 잃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전자지갑의 미래는 결국 소비자 기반 확대에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소비자들과 직접 대면이 힘든 상황인 만큼 사이트간 협력이 보급의 키가 되고 있다. 소매사이트들과의 협력을 시장점유율 확대의 관건으로 보고 있는 아마존의 관계자는 “2600만명에 달하는 능동적 소비자들을 갖게 됐다”면서 “소비자 기반이 없는 오프라인 소매상들에게나 소매사이트들에 있어 이 기반을 만들기 위한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