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해명의 전제조건

 투자심리 위축으로 가뜩이나 맥이 풀려 있는 주식시장이 법인계좌 도용사건과 작전세력의 주가조작 혐의로 또 한번 휘청거리고 있다.

 델타정보통신·솔빛텔레콤·에이디칩스·모디아·아일인텍 등 한때 증시의 샛별로 떠올랐던 이들 종목은 연이은 사건으로 하루 아침에 주가가 급전직하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아니면 미국발 증시불안이 가시지 않은 탓인지 코스닥시장은 지수 60선 탈환을 눈앞에 둔 채 되밀리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이같은 주가 조작혐의가 단지 이번에 검찰에 고발된 종목들에 국한된 것이 아니란 점에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코스닥 종목 가운데 작전세력이나 주가조작에 관련되지 않은 종목들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한다. 마치 항변처럼 들리는 이같은 지적은 코스닥 종목들이 얼마나 작전세력과 주가조작에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듣기에 따라서는 코스닥 종목들은 작전 세력들이 당연히 활개를 치는 ‘열린 공간’이고 투자자들도 이같은 시장의 속성을 어느 정도 용인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투다.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주가조작이나 작전세력이 관련돼 검찰에 고발된 종목들이 사건 당시 일시에 주가가 빠지지만 어느 정도 지나면 주가가 과거 수준을 어느 정도 회복하는 놀라운 치유력과 불감증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이번에 검찰에 고발된 코스닥등록 기업 중 일부 업체가 바로 해명자료를 만들어 적극 방어에 나서고 있다. “문제가 된 자사주 매입은 9·11 테러 이후 폭락한 주가를 방어하기 위한 차원에서 적법한 절차를 밟아 진행했다” “위법의 근거가 되고 있는 기술은 국책과제로 개발된 것인데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인정되지 않은 채 위장계약으로 매도됐다”는 게 해명자료의 주된 내용이다.

 물론 검찰에서 혐의의 진위가 밝혀지겠지만 과연 투자자들이 이들 업체에서 내놓는 해명자료를 100% 신뢰할 지는 미지수다. 하다 못해 매일 투자자들이나 언론에 발표하는 공시나 보도자료도 액면 그대로 믿지못하는 마당인데 말이다.

 앞으로는 회사가 발표하는 회계자료뿐 아니라 보도자료나 공시내용에 대해서도 CEO가 서명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할 지도 모르겠다. 

 <디지털경제부·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