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 업체들 사이에서 ‘공한증’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업체들에 밀려 메모리 시장에서 퇴출된 일본 업체들이 시스템칩 분야로 눈을 돌렸으나 최근 삼성전자가 이 분야에만 앞으로 5년간 4조원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다고 발표, 초긴장하고 있는 것.
도시바의 시스템칩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후지타 가쯔지는 최근 “삼성전자와 같은 억센 경쟁자가 시스템칩 시장을 목표로 삼고 있어 일본 기업의 성공은 반도체 설계와 기타 지적재산을 얼마나 영리하게 사용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의 투자 규모와 관련, “그정도의 금액을 투자할 기업은 없다”며 “도시바의 경우 지난 십년간 시스템칩 IP 개발에 2000억엔을 지출했었다”고 설명했다.
후지타는 또 일본 업체들이 같은 고객을 위해 동일한 제품을 개발하는 ‘쓸모없는 기술 경쟁’에 매달렸었다고 지적하고 일본의 반도체 업체들은 대형 고객사나 자국내 다른 업체와의 통합과 제휴를 통해 중복경쟁을 피하고 자원을 공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그의 지적대로 일본의 반도체 업체들의 통합과 제휴가 이미 가시화된 상황이다.
도시바는 내달 중순 후지쯔와의 시스템칩 동맹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또 비슷한 시기에 히타치와 미쓰비시전기도 시스템칩 사업 통합과 관련한 상세 내용을 발표키로 했다.
또 도시바는 현재 소니와 플레이스테이션2용 프로세서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으며 IBM과는 인터넷 프로세서인 ‘셀(코드명)’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후지타는 이와 관련해 “도시바와 소니가 공동 반도체 공장을 설립할 가능성도 제기됐었으나 현재로써는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일본 반도체 업체들의 제휴와 통합 문제도 손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로 다른 기업 구조와 통합에 따른 주식비율 문제 등 난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도쿄 = 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