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자동차 값과 맞먹는 맞춤형 `귀족PC` 뜬다

 경기침체로 매출감소를 겪고 있는 HP 등 PC 대량생산업체들과는 대조적으로 PC 맞춤제작업체들이 소수의 부유층 게임광 주문에 따라 PC와 액세서리를 맞춤제작해 고가에 제공함으로써 순익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게이머용 맞춤제작 컴퓨터들은 색다른 부품을 사용했다거나 케이스를 예술적으로 페인트칠한 뒤 라커칠을 해 반짝거리게 했다든지 아니면 게임 음악에 맞춰 번쩍거리는 네온등을 달고 있다. 이같은 맞춤제작 PC 가격은 보통 수천 달러를 호가한다. 컴퓨터는 맞춤제작이건 표준화된 대량생산이건 하드드라이브, 프로세서, 메모리 칩 등 기본적으로 동일한 부품을 사용해야 되지만 부유한 게이머들을 겨냥해 맞춤제작되는 컴퓨터들은 무엇보다도 최대의 게임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작된다. 따라서 수작업 PC는 무엇보다도 가장 빠른 메모리 칩과 여러 개의 대용량 하드드라이드를 쓴다. 조그만 냉각팬과 함께 수랭식 시스템도 같이 사용해 컴퓨터 부품의 ‘천적’이라 할 컴퓨터 열을 급속 방출시킨다. 화면의 액션처리를 더욱 실감나게 하게 위해 무려 400달러짜리 강력한 그래픽카드도 들어간다.

 게임광의 주문을 받아 PC를 맞춤제작하는 서비스를 최초로 시작한 회사는 오리건주에 있는 팔콘노스웨스트(Falcon Northwest)사. 이 회사는 id소프트웨어가 최고 히트 PC게임인 ‘둠’을 내놓았던 10여년 전 켈트 리브스에 의해 설립됐다.

 팔콘노스웨스트는 악마와 무기가 등장하는 3차원 게임이 화면에서 자연스럽게 보이길 바라는 게이머들의 주문을 받는 것으로 PC 맞춤제작사업에 뛰어들었다. 리브스 팔콘노스웨스트 창업자는 “최근 게임들이 사진처럼 사실적인 장면을 표현하려고 경쟁을 벌이고 있어 고객들의 컴퓨터 파워 수요는 팔콘이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높다”고 밝혔다. 그는 “심미적으로 사람 눈을 현혹시키는 네온 불빛이라든가 컴퓨터 부품을 들여다볼 수 있는 투명한 플라스틱 외장이 게이머의 자랑거리가 됐다”며 “PC의 튼튼함뿐만 아니라 심미적인 수요도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이색적인 컴퓨터의 가격은 보통 대당 2500∼1만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그 수요자는 부유한 게임광들이다.

 팔콘이 제작하는 알루미늄 케이스는 PC마다 다르게 제작돼 어느 케이스도 똑같은 게 없다. 팔콘은 맞춤 그래픽도 탑재하고 자동차 차체 페인트처럼 케이스를 15차례씩이나 코팅한다. 팔콘이 제작하는 컴퓨터의 회로나 배선은 주기판을 중심으로 각 부품과 꼼꼼하게 연결돼 있다. 게임 초보자나 경제적으로 제약이 있는 게임광은 대부분은 팔콘노스웨스트가 2000달러 미만에 판매하는 베이지색 게임 전문 컴퓨터를 구매하고 있다. 리브스 창업자는 “그래도 이 비싼 컴퓨터가 저가 모델보다 4대1 정도 더 많이 판매되고 있다”고 밝혔다. 취미삼아 게임 전용 PC를 손수 제작하는 이들도 있다.

 피닉스에 살고 있는 케빈 앳킨스군이 최근 손수 제작한 PC는 푸른 빛의 네온등과 코세어 XMS 3200 DDR메모리, 지포스3 비디오카드를 반짝이는 알루미늄 라이언 리 케이스에 담았으며 케이스 옆에는 투명한 플라스틱 창을 내 PC 내부를 쉽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최근 댈러스 인근 메스키트에서 열린 연례 게이머 축제인 ‘퀘이콘 2002’에는 자신들이 손수 만든 컴퓨터를 갖고 온 참가자가 수천명에 이르렀다. 앳킨스도 대다수 손수 제작 게이머처럼 따로따로 구매한 부품으로 집에서 게임 전용 컴퓨터를 제작했다. 그가 구매한 부품들은 합쳐서 1500달러를 약간 웃돈다.

 어떤 게임광은 손수 조립한 컴퓨터의 모양이 보통 컴퓨터처럼 생기지 않을수록 잘 만든 것으로 여긴다. 조지아주 발도스타에 사는 멜린다 버클리양은 퀘이콘 행사장 입구에서 컴퓨터를 들고 줄을 선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자신의 컴퓨터를 줄로 끌고 다녔다. 그녀가 직접 만든 이 컴퓨터는 2차 세계대전 군용트럭의 축소판처럼 생겼다. 그녀의 컴퓨터는 위장 무늬가 찍힌 군용 방수 외투가 깔린 짐 싣는 곳에 놓여 있었으며 그녀의 컴퓨터를 실은 장치에는 바퀴와 2개의 플래시 라이트로 구성된 헤드라이트들이 달려 있었다. 녹색 페인트가 칠해진 플라스틱 장난감 벽돌도 그녀의 컴퓨터를 에워싸고 있었다.

 그녀는 “이 컴퓨터에 브레이크 등을 포함해 더 많은 장치를 설치하고 싶다”며 “만약 이 컴퓨터를 나를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모터를 찾을 수만 있다면 리모컨으로 컴퓨터를 이동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인 IDC의 로저 케이 분석가는 게이머의 주문에 따라 제작, 판매된 컴퓨터가 지난해 판매된 1550만대의 가정용 컴퓨터 가운데 1% 미만에 불과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