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탑재하는 반도체 시장을 둘러싸고 일본내 대형 반도체 메이커간 수주경쟁 및 개발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고 니혼코교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주목을 끄는 것은 차내 제어계 반도체와 정보계 반도체 등 두가지 분야다. 근거리통신망(LAN)화가 진전하고 있는 제어계 반도체의 경우 사실상 국제표준통신 프로토콜로 인정받고 있는 ‘CAN’을 지원하는 마이크로컨트롤러 수주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또 위치표시장치인 카내비게이션 등 정보계 반도체는 아직 표준 규격이 없어 표준화를 주도하기 위한 업계내 연구개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세계시장 현황=자동차 탑재용 반도체의 세계시장 규모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제어계, 정보계를 합쳐 약 1조엔으로 추정된다. 미국 모토로라가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세계시장 점유율은 10%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인피니온,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 등 북미·유럽세, NEC·도시바·히타치제작소 등 일본세가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어계 반도체의 표준 ‘CAN’=엔진, 파워스티어링 등을 제어하는 차체 제어계 반도체의 경우 자동차 메이커들은 80년대 후반부터 자동차 탑재 마이크로컨트롤러의 랜화를 추진해 왔다. 자동차내 랜화가 진전될수록 전선 사용량이 줄어들어 차체 중량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랜화에 따른 통신 프로토콜 표준은 현재 자동차 부품업체인 독일의 보쉬가 제창한 ‘CAN’으로 사실상 굳어진 상태다. ‘CAN’의 채택은 유럽 자동차 메이커가 선행하고 북미 메이커가 뒤를 잇고 있다.
일본 자동차메이커의 경우 지난해야 ‘CAN’ 채택을 결정했기 때문에 자동차 부품이 모델 교체에 따라 이뤄지는 속성상 ‘CAN’의 교체에는 빨라도 3년 후인 2005년경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본 자동차 메이커에 대한 ‘CAN’ 대응 마이크로컨트롤러 수주경쟁은 올해 들어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 메이커의 수주경쟁 표면화=가장 앞서가고 있는 업체는 NEC다. 대략 30종의 CAN 대응 마이크로컨트롤러를 시장에 투입, 부품 메이커를 포함한 세계 약 50개사에 수주실적이 있는 NEC는 지금까지 연 1회였던 일·미·유럽 차체용 반도체 정보교환회의를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에 한번씩으로 늘려 선행하는 유럽 및 북미의 정보 수집에 힘을 쏟고 있다. 이를 통해 일본내 수주경쟁에서 한 발 앞서간다는 전략이다.
도시바는 지난해부터 제품 품질 향상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어 내년부터 자국내 자동차 메이커로부터 수주가 가능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미쓰비시전기는 도어록 제어에 사용하는 하위 마이크로컨트롤러인 LIN과 CAN 대응 마이크로컨트롤러를 한 세트로 묶는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이밖에 히타치는 차체용 반도체를 중점분야로 선정했으며 후지쯔는 CAN과 자동차의 지능화를 연계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방침을 세워놓았다.
◇정보계 반도체 연구개발 경쟁=수면 위의 떠오른 제어계 반도체 수주경쟁과 달리 자동차 탑재용 반도체 기술 개발 경쟁은 겉으로는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이미 국제 표준이 굳어진 제어계 반도체와 달리 정보계 반도체의 경우 향후 행보에 따라 국제 표준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내 한 메이커는 이미 6개 국어에 대응 가능한 음성인식용 칩을 유럽에서 견본 출하를 마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어느 업체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지는 밝혀지고 있는 않은 가운데 각 업체는 표준화 주도권을 염두에 두고 연구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반도체 업체가 정보계 반도체에서 ‘CAN’과 같은 국제표준 시스템칩을 개발·주도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도쿄 = 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