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득진 한국전자거래진흥원장 djjung@kiec.or.kr>
예로부터 중국은 우리나라를 동이(東夷)라 불렀다. 활(弓)을 민첩하고 능란하게 잘 다루는 변방족이라고 해서 그렇게 이름붙인 것 같다. 활은 물리적 공간을 극복해 목표물을 빠르고 기동성 있게 제압할 수 있는 수단이다. 재래무기 중에서 활이 칼이나 창에 비해 경쟁력이 앞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무래도 우리 민족은 활쏘기에서 다져진 스피드와 기동성을 바탕으로 이 부문에서 남다른 비교우위를 보이는 것 같다. 체력과 기술에서 열세인 우리나라 축구가 스피드와 기동성을 앞세워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일궈낸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경제에서도 우리나라는 속도와 관련해 단연 세계 1위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70∼80년대 15%대의 초고속 성장을 이루어낸 사실과 경제위기로 IMF 구제금융을 받은 나라 중 IMF 관리체제를 3년 만에 최단기 졸업한 기록 등은 이를 증명한다.
기술진보의 속도와 시장적응의 기동력이 잘 어우러져야 살아남을 수 있는 IT분야에서도 우리나라는 특유의 비교우위를 보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생산능력,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인터넷 활용도, 전자상거래시장 성장률 등에서 세계 선두권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는 IT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IT인프라의 절대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21세기 무한경쟁의 조류에서 IT 일류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변방족 동이가 오천년의 침묵을 깨고 이젠 활이 아니라 속도와 기동성을 갖춘 경쟁력 있는 기술을 무기로 서벌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범국가적으로 전자상거래 관련 산업의 발전 비전과 역량을 결집함으로써 반만년 역사에서 모처럼 찾아온 호기를 새로운 국가발전과 도약의 동인으로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피드와 기동력이라는 민족 고유의 비교우위 특성을 IT와 전자상거래에 잘 활용함으로써 경제 4강의 진입과 동시에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도 4강 위업을 이루는 계기로 삼아야 할 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