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시장 침체는 음반업계 책임

 최근 미국 인터넷업계와 음반업계가 음반판매 감소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고 있는 가운데 음반시장의 침체 원인이 독과점 타성에 젖어 변화를 거부한 음반업계에 있다는 지적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온라인잡지 ‘슬레이트(http://slate.msn.com)’는 최근 미국 음반시장의 침체는 독과점으로부터 오는 이익에 빠져 변화를 거부한 음반업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잡지는 특히 음반업계가 음반제작의 다양성을 포기하고, 신기술 도입에도 소극적이었던 것이 지금과 같은 시장상황을 불러왔다고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음반판매는 2000년대비 6.4% 줄었다. 올해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20년만에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톱스타인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앨범이 400만장이나 팔렸지만 기존에 그녀의 앨범에 비하면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음반판매가 줄어든 원인에 대해 음반업계는 “인터넷 파일교환(P2P) 서비스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미 음반산업연합회(RIAA)는 “올 상반기 세계 음악CD 판매량이 7% 줄어들었다”며 “이는 인터넷에서 음악의 다운로드 횟수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음반업계가 입은 손실이 2억8400만달러라고 덧붙였다.

 반면 P2P업체들은 “웹에서 공짜로 음악에 접속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CD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음반판매 저조는 P2P와 상관없다”고 반박했다. 업계는 시장조사업체 입소스레이드의 발표를 인용, 음악을 다운로드한 사람들 가운데 81%가 인터넷 접속 후에 더 많은 CD를 사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최근 슬레이트는 거대 음반업체들이 단기적 수익에만 눈이 어두워 음반산업을 제대로 통찰하지 못했기 때문에 시장이 가라앉았다고 지적했다.

 슬레이트는 팝 장르를 예로 들어 80년대 음반들이 10대 위주로 제작되면서 팝의 다양성이 사라졌고 이 때문에 음반판매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RIAA의 자체 조사에서도 지난해 40대 이상의 CD 구입비율이 44%로 92년 19.6%에 비해 급상승했는데 이는 10대들의 음반구매 비중이 줄었다는 것과 함께 장년층의 음반구매가 늘었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0년대 이후 팝 장르는 힙합·테크노가 대부분으로, 장년층을 겨냥한 음악은 많지 않다. 또 얼터너티브 록이나 뉴에이지, 포크 등은 대규모 레이블들이 취급하지 않아 이런 음악 애호가들은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이에 비해 음반업계가 타깃으로 삼고 있는 젊은 층들은 취향이 빠르게 변화하고 한 가수에 대한 충성심도 떨어진다. 음반판매에 있어서도 25세 이하에 어필하는 음악은 대개 ‘모 아니면 도’로 나타나고 있다.

 슬레이트는 “음반업계 특성상 제작·마케팅 비용을 감안할 때 한번에 1000만장이 팔린 앨범이 100만장 팔린 10장의 앨범보다 수익성이 좋다”면서 이미 수백만장을 판매한 스타들에 주목해야 하며 특히 음악팬층을 다양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온라인 잡지는 또 음반업계가 변화를 거부해온 점도 시장 침체의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전세계적인 경기불황 속에서 CD가격은 계속 상승했고 이런 가운데 디지털 기술은 계속 발전해왔다. 즉 소비자들은 P2P를 찾는 환경으로 변하고 있는데 음반업계는 무대책으로 일관해왔다는 것이다.

 슬레이트는 음반업계의 보수성 사례로 지난 78년 카세트테이프가 세상에 나왔을 때를 들었다. 당시 음반업계는 “카세트테이프의 사용은 음악을 죽이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비슷한 시기에 비디오 게임들이 보편화되기 시작했을 때에도 음반업계는 다시한번 “게임이 음악을 죽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결국 소비자들은 돈을 주고 카세트를 구입했고 카세트테이프는 음반업계의 새로운 수익원이 됐다. 또 미디어 환경은 비디오게임·케이블TV·인터넷·DVD가 공존하게 됐다.

 따라서 슬레이트는 음반업계에 대해 우선 P2P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를 버릴 것을 충고하고 있다. 이 잡지는 음반업계가 인터넷 시장에 참여, 음악전송 벤처들을 출범시킨 것을 적절한 대응책이라고 추켜세우면서 음반업계가 P2P를 비롯해 급변하는 인터넷 소비자의 구미를 읽고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