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워먼호밴 네트워크 어플라이언스 CEO> danw@netapp.com
해마다 많은 리서치 회사 컨설팅 회사들은 많은 자료를 내놓는다.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신기술 동향, 신규 IT투자 계획, 도입 우선순위, 도입시 고려사항 등이 그것이다. 그중 신기술을 도입하거나 기존 시스템을 교체하기 위한 고려사항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기술력, 가격, 확장성 등이다.
시스템을 도입하는 결정 단계에 있다고 가정해 보자. 기업은 여러가지 요소를 다각적으로 검토한다. 시스템 선정위원회가 조직돼 각 사업 주체의 요구사항을 듣고, 이를 위한 최선의 시스템을 선정하기 위해 각 업체로부터 프레젠테이션을 받고 사용 사례들을 수집한다. 이러한 일련의 객관적인 과정을 통해 최종 후보 업체를 선정하고 테스트를 한 후에 최종 결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컨설팅 회사의 통계자료나 시스템 선정위원회의 객관적 평가 이외에 많은 고객들을 직접 만나면서 발견한 공통적인 고려사항이 있다. 이것은 측정하기도 어렵고 수치화할 수도 없어서 자료 상에 드러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요인 중의 하나인데, 이것은 바로 ‘변화에 대한 수용’이라는 심리적인 요소다.
새로운 기술이나 개념을 도입하기 보다 내가 아는 것, 내가 해 본 것, 내가 써 본 것에 대해 더 애착을 가지게 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태도일 것이다. 물론 기술의 초기 수용자(early adapter)로 분류돼 새로운 것을 익히는 것 자체를 즐기는 호기심 많은 사람은 예외가 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기술이나 개념을 더 편안하게 느낀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 대한 수용 자세가 기업에 접목될 때 이것은 비단 개개인의 성향 문제가 아니라 바로 기업 문화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문화는 이전에 쓰던 것에 익숙한 실무자도 창조적이고 효율적인 것에 대한 기업의 끊임없는 요구에 부응할 수 있게 하며 자신도 과감히 혁신시킬 수 있다. 의사결정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혁신적인 것에 대한 수용을 독단으로 연결시키지 않고 혁신에 대한 노력과 결과에 대한 공동체의 합의 도출을 기업 문화로 이어가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IT 산업들과 마찬가지로 최근 몇년간 스토리지 시장에도 커다란 컨버전스가 일어났다. 몇년 전까지만해도 시장을 주도한 것은 DAS 방식의 스토리지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9·11 뉴욕테러사태를 겪으면서 더욱 가속화된 백업(재해복구) 시스템에 대한 요구의 증대, 또한 업계의 화두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SAN이냐 NAS냐의 논쟁, 그리고 최근에는 iSCSI, DAFS, SAN과 NAS의 통합 등의 이슈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시장 또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실제 2001년 12월 IDC 자료에 따르면 2001년에서 2005년까지 DAS는 연평균 26.5%의 하락률을 기록하는데 반해 네트워크스토리지솔루션(NAS)은 연평균 26.3%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는 놀라운 수치다. 이와 같은 스토리지의 진화에 따른 신기술과 시장 변화는 분명 우리의 인프라 스트럭처를 더욱 공고히 해줄 것이고 적재적소에 도입함으로써 더욱 큰 투자대비 효과를 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가장 변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다. 기술의 진보를 따라가기엔 인간의 정신세계가 너무나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때문에 이러한 변화에 대한 수용 자세를 높이 평가해주는 기업 문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의 마인드는 누구나 어릴 때부터 타고 난 성향보다는, 학습되고 길러진 지식과 조직의 틀 안에서 배운 것들을 통해 형성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또한 엄정한 검토를 통한 새로운 시도를 높이 평가해주는 분위기, 그리고 그 성과를 함께 공유하는 것, 이것이 지금 우리 기업들에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