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게임업계 M&A `열풍`

현금이 풍부한 비디오 게임회사들이 마치 귀신을 잡아먹는 팩맨처럼 자신보다 규모가 작은 기업들과의 흡수합병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렉트로닉아츠(EA)와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아메리카, THQ액티비전 등이 모두 최근 몇 개월 동안 소규모 비디오 게임업체들을 인수하는 등 게임업계의 통합이 가시화되고 있다.




 분석가들은 게임업계 통합이 시작되는 이 시기에 게임기와 게임 소프트웨어 출판회사들이 자신들의 생존수단인 게임 타이틀을 가급적 많이 독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게임개발 예산이 영화 제작비 수준으로 거액화되고 있어 게임개발 중소업체들은 시장에서 버티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레드우드시티에 있는 EA는 레이싱 게임 시리즈 ‘니드 포 스피드’를 개발한 블랙박스 게임사를 인수한 후 다른 인수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제프 브라운 EA 대변인은 “현재 EA 현금 보유액이 10억 달러를 넘고 있어 EA는 전략적 투자를 고려할 위치에 있다”고 밝혔다. 게임개발 1위 회사인 EA는 ‘심스’와 ‘매든 풋볼 시리즈’로 공전의 히트를 쳤으며 올들어 매출목표를 초과달성했다. 하지만 EA의 현금 보유액은 또다른 게임 메이커 MS의 현금 보유액에 비하면 매우 적은 편이다. X박스 게임기 생산업체인 MS는 무려 387억달러의 현금 및 단기 유가증권을 보유하고 있어 90억달러인 비디오게임 산업 전체를 4번이나 매입하고도 몇몇 기업을 더 인수할 수 있을 정도다. X박스의 한 여성 대변인은 기업인수 전략을 외부와 논의하지 않는 것이 MS의 방침이라며 인수문제 언급을 회피했으나 분석가들은 MS가 기업인수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인수할 만한 히트게임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가장 최근 통계치인 올 5월 현재 인기게임 상위 10개 중 4개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용이었으며 4개는 닌텐도의 게임큐브나 닌텐도 핸드헬드 기기인 게임보이 어드밴스용이었고 X박스용 게임은 상위 10개 게임 중 단 2개 뿐이었다.




 ‘MS의 엔터테인먼트 혁명계획’의 저자인 딘 다카하시는 “MS가 X박스 사업을 유기적으로 키우려고 노력해 왔으나 여전히 소니에 뒤지고 있다”며 “MS가 일본 게임 스튜디오인 스퀘어를 인수하려다 실패하자 세가와도 협상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와 도쿄에 각각 본부를 둔 세가는 스스로를 인수대상으로 보기는 커녕 오히려 다른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세가아메리카의 찰스 벨필드 전략기획담당 부사장은 “세가가 최대 게임 출판회사인 EA와 경쟁하기 위해 필요한 제품을 만든 소규모 게임개발 회사들을 물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벨필드 부사장은 세가가 인수하고자 했던 회사 이름을 밝히려 하지 않았으나 업계의 관계자들은 “세가가 최근 매각된 게임개발 소기업들의 인수에 뛰어들었다고 보면 무난하다”고 밝혔다.







 세가가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회사로는 THQ가 지난 1월 인수한 레인보스튜디오와 지-엑시스를 꼽을 수 있다. 분석가들은 인수된 이들 기업이 게임산업 성숙단계의 초기 피인수 기업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임회사 인수는 소규모 게임개발 스튜디오들이 자금부족 등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는 가운데 일어나고 있다.




 EA의 브라운 대변인은 “15년전만 해도 두 명의 어린이가 100만개가 팔릴 게임을 자동차 차고에서 개발할 여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금은 EA가 자체 타이틀 개발을 위해 지출하는 금액이 500만∼1000만달러에 이를 정도여서 돈 없이는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없는 세상이 돼가고 있다. EA는 플레이스테이션1과 닌텐도 64의 전성시대였던 지난 90년대 타이틀당 300만∼500만달러를 지출했었다. 게임기 제조 3사의 게임 확보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을 자사 시스템에서만 작동되도록 묶어두는 일이다. 시장조사업체인 IDC의 셸리 올하바 분석가는 “그렇게 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게임회사를 인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