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첨단 생명공학기업들 수출통제 움직임 반발

‘귀사가 만약 설문지를 받았다면 반드시 45일내에 설문지를 작성, 제출하기 바란다. 설문지를 보내지 않으면 최고 1만달러의 벌금이나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과 징역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이는 미 정부가 최근 3000개 생명공학기업에 보낸 25쪽의 설문내용 중 일부다. 이 문서 통보 부서는 상무부 구 수출국이었던 산업안전국이다. 이 설문지를 보면 미 상무부가 생명공학기업들이 어떤 종류의 연구를 하고 얼마나 많은 외국인이 연구에 관련돼 있으며 수출은 어느 정도인가 하는 문제들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을 곧바로 알 수 있다.




 설문지에는 ‘귀사는 임시직 비자나 근로 허가를 받은 외국인 채용을 앞으로 3년내에 늘릴 계획입니까’라는 질문도 있으며 어떤 설문 페이지는 수출대상 국가별 수출가액을 추정할 것을 전면을 할애해 요구하고 있다.







 상무부의 한 대변인은 설문 결과의 일부를 발간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하필이면 왜 이 시점에 생명공학업체를 조사하고 그것도 왜 수출 통제과에서 분석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최근의 미국 정황에 비춰볼 때 미 상무부는 생명공학기술이 외국 테러범이나 적대 국가의 손아귀에 들어갈 수 있는 거래를 감시하고 단속하려는 것 같다.




 미국 정부는 지난 90년대 들어 슈퍼컴퓨터나 암호화 소프트웨어 같은 하이테크 기술의 수출을 통제했기 때문에 이번 생명공학업체 설문조사도 그 같은 통제 조치의 연장선상이라는 시각이다. 미국전자협회나 테크넷 등 실리콘밸리 로비단체들은 정부의 수출 통제가 미국 기업들이 해외 고객을 경쟁사들에 빼앗기게 하는 부작용만 초래했다며 정부의 개입을 비난하고 있다. 지난해 9·11 미 테러 사태와 그 뒤 탄저균 공포 등을 감안하면 정부의 수출통제 관리들이 이제는 컴퓨터 관련 하이테크에서 생명공학으로 표적을 돌리려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와 같이 시행하기는 힘들 것이다. 생명공학산업은 이미 철저히 세계화돼 있는 상태다. 생명공학의 국경선을 긋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스위스의 한 제약회사는 사우스 샌프란시스코의 제넨테크 경영권을 확보한 대주주 지분을, 또 다른 스위스 회사는 에머리빌 소재의 카이론 지분 절반 정도를 소유하고 있다.







 생명공학기술은 또한 연방 수출통제과 관리들의 지적처럼 ‘이중 용도’ 기술이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선용될 수도 악용될 수도 있는 양면성을 지닌다. 레드우드시티에 있는 맥시젠 같은 회사가 보유한 유전자 전이 기술은 항생제 질병 퇴치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사용될 수도 있고 바이러스 독성을 강화시키는 데 쓰일 수도 있다. 순수 학문적인 생명공학 연구결과도 이같이 이중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제약회사 중역인 조지 포스트는 영국 잡지 ‘프로스펙트 (Prospect)’ 5월호 기고문에서 1400곳의 미국 학술기관에 대한 조사 결과 이들 기업의 16%가 생화학 테러 위험물질로 확인된 병원체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포스트의 이 같은 지적을 감안할 때 생명공학기술의 국제 거래 감시나 관리를 위한 정부의 대책만으로는 수많은 연구실이 보유한 다양한 병원체의 외부유출를 차단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생물학적 테러공격에 대한 방어 책임을 지고 있는 미국 정부 부서만 무려 40곳이 넘는다”며 “이들 정부 부서를 통합할 수 있는 권한을 주지 않고 미국본토안보국 국장에 톰 리지 주지사를 임명한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