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피해 왜 컸나

제15호 태풍 ‘루사’로 인한 통신시설의 피해가 평소에 비해 심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태풍 ‘루사’가 물러감에 따라 유무선통신의 복구작업이 대부분 마무리단계로 들어섰다. KT는 2일 현재 피해를 입은 24만여 회선 중 90% 가량인 21만7000여 회선의 복구를 완료했다. 하나로통신도 가입자 1만7300여명의 통신불능 장애를 대부분 복구하고 이날 현재 동해시 2714명 가입자 회선의 복구작업을 드림라인과 지앤지네트웍 등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F·LG텔레콤 등 이동통신사업자도 대부분 기지국의 복구를 완료하고 일부 불통된 지역의 복구작업을 수행 중이다.







 KT 관계자는 이번 피해와 관련해 “이번 태풍의 위력이 컸던 데 기인한다”며 “특히 산사태 등으로 인한 도로 유실·가옥 파괴는 물론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기는 사태가 이 같은 피해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도로와 다리가 통째로 유실됨에 따라 지하에 매설된 광케이블의 피해가 특히 컸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주를 활용하고 있는 파워콤의 망에는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LG텔레콤은 다른 이통사업자와는 달리 파워콤 망을 많이 사용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고 설명했다.




 수해 역시 통신망에 큰 피해를 안겨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번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강릉시의 경우 전화국이 저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전화국 내 교환기 시설의 피해가 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지역에서는 물이 들어차 교환기 보드를 빼서 위층으로 옮기기도 하는 등 비상조치를 취해 피해를 줄이는 데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국사에서는 장비를 아예 2층 이상으로 옮기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선례를 들어 가입자 루트를 이중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A가입자의 경우 A전화국과 B전화국 모두에 가입자선을 물리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모든 가입자를 이중화한다는 것은 대규모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교환기 장비가 들어 있는 국사의 경우 장비실은 2층 이상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재해 상황을 가정한 사전·사후조치를 모두 마련해놔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게 문제”라며 “사전조치로는 망의 이중화나 2층 이상의 고층(?) 국사를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며, 사후조치로는 ‘전산보험’과 ‘데이터보험’ 등의 조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